강 론 말 씀

2021년 3월 23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

dariaofs 2021. 3. 23. 07:1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예수님의 '존재'와 '행위'의 골자가 모두 드러납니다.

"정녕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요한 8,24)
유다인들과의 논쟁 중에 예수님께서 엄청난 자기 계시의 발언을 하십니다. "내가 나"라는 말씀은 오래 전,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하시기로 마음을 정하시고 모세에게 당신을 "나는 있는 나다." 하고 드러내셨던 바로 그 거룩한 이름입니다.

이 이름은 하느님과 한 분이신 예수님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이 이름을 통해 당신이 하느님과 같이 절대적인 존재로, 이스라엘의 구원이고 주인이심을 선포하십니다.

"당신은 누구요?"(요한 8,25)
예수님을 두고 왈가불가하며 좀처럼 그분을 믿으려 하지 않던 유다인들이 이 말씀에 담이 서늘해진 듯, 곧바로 그분께 질문을 던집니다. 유다인이라면 하느님께서 자신들의 역사 안에 남기신 이 거룩한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처음부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해 오셨던 바를 다시 묻는 이유는, 그동안 그들이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한 탓이겠지요. 그리고 이 무지와 회피는 그들의 때가 이를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릴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 것이다."(요한 8,28)
이번에는 예수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당신께서 하실 행위를 언급하십니다. "들어 올려지심"은 광야에서 모세와 주님께 대들다가 불 뱀에 물려 죽어가던 백성들을 구해 준 구리뱀의 표상을 소환합니다.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민수 21,8)
제1독서는 이 사건을 다루며 구체적으로 구리 뱀이 구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합니다. "물린 자"는 뱀으로 인해 상해를 입고 죽어가는 이들입니다. 원죄의 상처로 고통 받는 이들, 죄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죽음의 그늘에 갇힌 이들, 악의 독소로 영혼의 생기를 상실한 이들이 뱀에 물린 이들입니다.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비록 죄의 상처로 죽음의 올가미에 걸려든 이들이라도 처방을 믿고 구리 뱀을 "바라보면" 살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 "바라봄"은 절실한 생의 욕구와 믿음, 희망의 표현입니다. 이 마음을 우리는 미사 초입에서 이렇게 고백하였지요. "주님께 바라라. 힘내어 마음을 굳게 가져라. 주님께 바라라."(입당송)

말씀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우리는 예수님의 존재와 구원 행위에 대해 명확한 답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은 하느님과 한 분이시며 우리를 위해 십자 나무에 높이 달리시어 구원을 보증해 주신 어린양이십니다.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사도 9,5)
유다인의 거친 질문을 가다듬어 우리의 목소리로 다시 주님께 여쭈어 봅니다. 그분께서 여러 방식으로 당신이 누구시며 왜 우리와 함께하시는지를 누차 밝히시는데, 마냥 의뭉하게 모르는 체하며 주님과 거리두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되지요. 이제는 정말로 진지하게 여쭙고 답을 찾고 자신의 목소리로 고백해야 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십자가에 매달리신 주님을 바라보며 주님이 우리 각자에게 누구이신지, 그리고 그분이 우리 각자의 인생에서 어떻게 구원의 업적을 이루어가고 계시는지 관상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존재와 이름이 하나이신 아버지께서 예수님과 함께 계시며 그분을 혼자 버려두지 않으시듯, 우리에게도 그러하심을 생생히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있는 나"이신 주님과 함께 머무르며 사랑으로 일치하여 하나가 되고자 나아가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