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3월 24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

dariaofs 2021. 3. 24. 06:12

오늘 미사의 말씀은 진정한 자유가 어디에서 오는지 이야기하십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말씀 안에 머무르면, 차츰 그 말씀과 하나가 되어 갑니다. 그 말씀이 내면에 녹아들어 영혼과 존재 전체로 번져가기 때문입니다. 말씀에 깊이 머무르는 이는 자신과 말씀을 칼로 베어내듯 분리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말씀이 곧 진리이고, 말씀을 하시는 분 또한 진리십니다. 말씀을 껴안은 이는 진리를 부둥켜 안은 것과 다름 없습니다. 진리가 그의 품에서 그를 깨우치고 밝혀 줍니다.

진리를 깨달은 이는 사고와 행동에 있어 자유를 획득하게 됩니다. 삶의 정수를 관통하였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실천 메뉴얼을 일일이 지시받지 않아도 그에게는 전체로 조망되는 지평이 있습니다. 진리이신 분과의 만남과 일치는 한 존재를 관통하여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를 선사합니다.

제1독서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그분께서는 타오르는 불가마와 임금님의 손에서 저희를 구해 내실 것입니다. ...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다니 3,18)
우상에게 절 하라는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의 명을 거역한 이스라엘 청년들이 불가마에 던져질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위협에도 굴하거나 동요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하느님께서 자기들을 이 곤경에서 구해 주시리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혹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하는 구원이 오지 않는다 해도 거기에는 분명 하느님께서 뜻하시는 바가 있으리니, 그 또한 개의치 않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당장 자신들의 안위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니까요.

이들의 믿음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위기 앞에서 쉽게 신의 존재 여부까지 들먹이며 흥정하기 일쑤인 우리네 나약한 신앙을 부끄럽게 합니다. 존재와 생명을 관통하는 진리를 깨달아 주님 안에서 자유를 찾은 이에게는 행운도 불운도, 빛도 어둠도,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웃음도 눈물도, 단맛도 쓴맛도, 풍요도 가난도, 성공도 실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를 뒤흔들어 전복시킬 건 별로 없는 셈이지요. 주님에게서 오는 건 모두가 다 주님의 선물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결박이 풀렸을 뿐만 아니라, 다친 곳 하나 없이 불 속을 거닐고 있다."(다니 3,92)
삶에 집착하지 않는 이는 죽음에도 초연할 수 있기에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설령 불 속에 던져진다 해도 상처를 입지 않고 자유도 제한을 받지 않지요. 오히려 자신들을 위해하는 불길 속을 거닐며 그 거칠고 혹독한 세력들과 유유히 공존합니다. 진리 안에서 진정 자유를 얻은 이는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말씀에 머물러 진리를 깨닫고, 진리가 주는 자유 안에서 주님을 사랑하고 형제자매를 포용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진리와 자유의 원천인 말씀이야말로 삶의 고된 질곡을 견디어 나가게 해 줄 아버지의 선물입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하며,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복음 환호송)

이토록 복된 길로 나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