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11월 25일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dariaofs 2021. 11. 25. 06:38

오늘 미사의 말씀은 구원의 날을 촘촘하게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다니엘을 끌고 가서 사자 굴에 던졌다."(다니 6,17)
제1독서는 다니엘에게 닥친 위기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나라를 잃고 이방인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유배민이지만 다니엘은 하느님께 드리는 경배와 기도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건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그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변함없이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는 다니엘의 모습에 분개해 임금에게 몰려갑니다. 다리우스 임금은 다니엘에게 호의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니엘을 사자 굴에 던지라고 분부하지요. 임금은 몹시 안타까워하면서 "네가 성실히 섬기는 너의 하느님께서 너를 구해내시기를 빈다."고 기원합니다.

"다니엘에게는 아무런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자기의 하느님을 믿었기 때문이다."(다니 6,24)
놀랍게도 사자들은 다니엘을 해치지 않았습니다. 성경 저자는 그 이유를 하느님께 대한 다니엘의 믿음이라고 단언합니다.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어 보이는 고통과 멸망의 순간에도 믿음은 생명을 보증하는 신비입니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루카 21,20)
복음 속 예수님의 말씀은 기원후 70년, 로마 군대에 의해 예루살렘이 파괴되면서 실제로 이루어집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자존심이고 정체성인 영광의 도성이 이방인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백성들은 죽음과 착취, 억압의 그늘에 놓이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라칠 것이다."(루카 21,26)
세상 민족들 간의 세력 다툼과 전쟁에 더하여, 온 우주에도 표징들이 나타나 하늘의 세력들까지 흔들리면 그때 사람들은 더더욱 큰 공포에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걷잡을 수 없이 닥쳐오는 일들로 마치 모든 것이 끝장난 듯
절망하고 체념하게 되겠지요.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루카 21,27)
그런데 징벌의 날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구원의 날로 바뀔 것입니다. 우리가 성실히 믿어온 분, 세상을 온통 둘러싼 재물과 권력과 요행의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오롯이 하느님만을 섬기는 이들은 상처 하나 남지 않고 구원될 것입니다. 그날 우리는 절망과 체념으로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기뻐하며 구원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분은 살아 계신 하느님, 영원히 존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의 나라는 불멸의 나라, 그분의 통치는 끝까지 이어진다. 그분은 구해 내시고 구원하시는 분, 하늘과 땅에서 표징과 기적을 일으키시는 분"(다니 6,27-28)
주님께서 이 세상에 "징벌의 날", "사람의 아들의 날"을 마련하신 첫째 이유는 당신께 충실한 이들을 속량하시려는 사랑 때문일 겁니다. 또 오늘 독서 속 다리우스 임금의 신앙 고백에서 드러나듯, 주님을 몰랐던 이방인들까지 모두 당신 나라로 모으시려는 하느님의 큰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님을 충실히 섬기는 모든 믿는 이들은 상처 없이 두려움과 공포의 그 날을 건너갈 것입니다. 삶의 순간순간 중첩된 주님과의 촘촘하고 친밀한 사랑의 관계가 그날을 심판과 징벌의 날이 아닌 속량과 구원의 날, 벅찬 해후와 뜨거운 일치의 날로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언제일지 모르는 그날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매일 지나온 하루만큼씩, 지나온 순간만큼씩 죽음과 종말에 더 가까워지는 중이지요. 어차피 닥칠 그 순간을 두려움과 공포, 회피로 맞닥뜨릴지, 그리움과 사랑으로 준비하다 맞이할지는 우리 각자에게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간이 후반부에 이르렀고, 위령성월 또한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생명을 넘겨드릴 그날, 모든 영혼들과 함께 주님 앞에 설 그날을 관상하며 몸과 마음과 영혼을 준비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그 결정적 순간까지 주님을 찬송하고 찬양하다가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기쁘게 그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빕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