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종말의 경고들 속에서 희망을 보게 해 주십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로 알아라."(루카 21,31)
예수님께서 나무에 잎이 돋으면 곧 여름이 온다고 아는 것처럼 하늘과 땅의 표징들이 보이거든 하느님 나라가 온 줄 알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은 잎을 볼 때 그 잎에서 사고를 멈추지 않고 잎이 돋아나게 하는 순리, 곧 여름을 고대합니다. 이처럼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전쟁과 천재지변 들이 일어나더라도 두려움과 공포에 갇혀버리지 말고 오히려 그것들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라는 말씀이지요.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하느님 나라, 구원이라는 귀한 선물을 받았으면서 때때로 그 포장지에 놀라고 자지러져 정작 선물은 열어보지도 못하고 도망가거나 포기하고 절망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두렵고 고통스럽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그날"을 허락하시는 건 우리를 괴롭히시려거나 겁주고 파멸시키시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구원에 이르게 하시려는 의도시지요. 그런 하느님의 뜻을 알면, 파릇하게 돋은 잎을 보면서 여름을 꿈꾸듯 당장의 고통이 품은 미지의 열매를 고대할 수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극적으로 상반되는 두 개의 환시 내용이 이어집니다.
"서로 모양이 다른 거대한 짐승 네 마리가 바다 위에서 올라왔다."(다니 7,3)
먼저 다니엘 앞에 혐오스럽고 무시무시한 네 짐승이 등장합니다. 그것들은 끔찍하고 흉포스러우며 거만하기까지 하지요. 이 짐승들의 힘이 이 세상을 덮친다고 생각하면 두렵고 절망스럽기까지 할 겁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다니 7,14)
바로 뒤에 이어지는 환시에서는 천상의 대관식이 장엄하고 영광스럽게 펼쳐집니다. 섬기는 이들이 무수히 늘어선 가운데 천상 어좌로 나아오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앞에 인도되어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를 받으시는 장면입니다.
세상을 위협하고 황폐하게 만드는 흉포한 짐승들의 통치는 잠시입니다.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하고 유한한 것은 영원 앞에서 맥없이 스러지기 때문이지요. 잠시 지나는 독하고 악하고 공포스러운 현실에 무너지지 말고 그 뒤에 오실, 그 안에 숨어계신 구원의 얼굴을 보는 것이 신앙이고 믿음일 겁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루카 21,33)
고되고 지치고 두렵기까지 한 각자의 현실 속에서 구원의 표징을 찾고 눈을 들어 하느님의 나라를 알아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유한하고 불순하고 악한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죽을 듯이 힘들고 아프다는 건 구원이 가까웠다는 뜻이니, 영원하신 말씀을 꼭 부여잡고, 끝까지 믿고 희망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다."(복음 환호송)
지금 고통 중에 힘들어하고 있는 모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강 론 말 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1년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 (0) | 2021.11.28 |
|---|---|
| 2021년 11월 27일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0) | 2021.11.27 |
| 2021년 11월 25일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0) | 2021.11.25 |
| 2021년 11월 24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0) | 2021.11.24 |
| 2021년 11월 23일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0) | 2021.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