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학균 (베드로)신부
여성 신자들이 미사에 참여할 때 머리에 미사보(흰색이 주종을 이루지만 연한 살구색이나 검정색도 있다)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사제들은 미사를 봉헌할 때 여자교우들이 미사보를 사용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자주한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교회 내에서의 여성차별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으며, 외국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미사보를 왜 한국교회만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들을 많이 하신다.
미사보의 사용에 대해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름답다고 표현한 말에 대해 여성차별이라고 답하시는 것에 당황한 적이 있었다.
외국에서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좋으면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외국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한국인들(주로 성지순례때)이 미사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미사보의 사용이 의무적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전례의 토착화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한국에서의 미사보 사용은 토착화의 좋은 예가 된다.
현행 교회법에는 ‘미사에 참례하는 여성은 미사보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미사보를 쓰지 않고 미사에 참례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분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미사보를 사용한다고해서 거만한 마을을 가질 필요도 없다.
미사보의 사용은 자신의 신심에 대한 표현이며, 초대교회에서부터 얼마 전까지 규정지었던 약속(?)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사보를 사용하는 여성 신자들을 보면,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는 교회내의 경건함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사보는 세례를 받게 되는 예비자에게(여성인 경우)아름답고, 의미있는 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좋다. 미사보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면 사용에 대한 선택은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사보의 의미>
머리를 가리는(베일)관습은 구약시대(창세24,65)에 여성 자신이 미혼임을 상징하였으며, 모세와 엘리야를 통해 남자 역시 하느님 앞에 나아갈 때 자신의 얼굴을 가렸음을 통해 알 수 있다(탈출기 3,6:1 열왕19,13).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여성 신자들이 교회의 공식예절 때 머리를 가리는 관습이 시작된 것은 사도 바오로가 고리토인에게 보내는 편지(I 고린토11장)에서 이를 공적으로 언급하면서 비롯되었다.
바오르는 교회의 공식 예절에 참여할 때 여성들의 머리를 가리라고 했는데, 이는 당시의 풍습일 뿐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신앙의 의미는 아니다.
사실 여인의 머리는 남편의 영광으로 인정되며, 머리카락은 세속적 사치성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하느님이 계시는 성소(聖所)에서는 머리를 가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신앙인으로서 소박한 생활과 정숙한 몸가짐의 표현으로 미사전례 때 미사보를 사용하게 하였으며, 세례성사를 통해 깨끗해졌다는 순결의 의미가 흰 색상에 담겨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화려하게 치장된 머리를 가리는 것은 정숙함과 겸손함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수도자들이 쓰는 베일은 3세기경부터 그리스도와 맺은 영성적인 혼인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주교들이 동정녀들에게 베일을 나누어 주기 위해 축성하면서 시작되었다.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 수도회의 베일은 그리스도의 정배로서 세속적인 사치와 욕망, 허영 등을 끊어버리고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가치를 위하여 이 세상의 가치에 대한 포기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본질적인 것은 아니지만, 미사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신원을 더욱 확고히 인식하고, 그리스도인임을 드러내는 징표라면 미사보의 사용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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