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3,27-32)
<위선>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희도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마태 23,27-28)."
유대인들이 무덤에 회칠을 한 것은
무덤이라는 것을 표시해서 사람들이 부정 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람의 뼈나 무덤에 몸이 닿는 이는 모두 이레 동안 부정하게 된다(민수 19,16)."
그런데 하얗게 회칠을 한 무덤들을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였다고 합니다.
만일에 유대인들의 관습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무덤이라는 것을 모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생각만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회칠한 무덤'이라고 표현하신 것은
'겉으로는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한' 그들의 모습이
겉만 아름다운 무덤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무덤은 무덤일 뿐입니다.
겉모습이 대단히 예쁘고, 아주 귀한 보물 상자처럼 보여도
속에 쓰레기만 들어 있다면 그것은 그냥 쓰레기통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값비싼 고급 승용차로 보여도
속에 엔진과 주요 부품들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그냥 고철 덩어리입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무덤에 회칠을 한 것은
무덤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덤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을 본래 의도대로 해석하려면
유대인이 아니라 이방인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위선'이란,
겉모습만 잘 꾸며서,
속을 모르는 사람이 그 겉모습만 보고 칭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위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끊임없이 살피면서
잘못된 점을 고치는 자기반성을 날마다 계속해야 합니다.
그러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자신들은
자기들이 위선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모르고 있었습니다.
"너희가 눈먼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 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요한 9,41)."
그들은 자기들의 위선이 위선인 줄 모르고 선(善)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수님의 비판이 부당하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옳고, 예수님이 틀렸다고 믿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위선자들이다.' 라고 하시는데,
그 사람들은 '예수는 사기꾼이다.' 라고 말합니다.
"나리, 저 사기꾼이 살아 있을 때...... (마태 27,63)"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라는 속담처럼
겉모습만으로는 어떤 사람이 위선자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기 자신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것을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위선은 위험합니다.
자기의 말과 행동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고칠 가능성이 있지만,
자기가 옳다고 믿고 있다면 믿는 대로 계속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위선자가 '자기만' 옳다고 믿는 '독선'에 빠지면 더욱 위험해집니다.
자기만 옳고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고 믿는다면
사람들을 박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신념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런데 당시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전부 다 위선자들이었던 것은 아니고,
나타나엘처럼 예수님께서 칭찬하신(요한 1,47) 율법학자도 있었고,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았던 가말리엘이라는 율법학자도 있었습니다(사도 5,34).
가말리엘은 바오로 사도의 어린 시절의 스승이었습니다(사도 22,3).
사도들이 체포되어서 재판을 받을 때, 그 가말리엘이 이런 말을 합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사도 5,38-39)."
이 말은, "만일에 예수가 사기꾼이라면 그 제자들도 사기꾼일 것이고,
그리스도교는 오래 가지 못하고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예수가 사기꾼이 아니라 진짜로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그리스도교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의 말대로 위선자들이라면
우리는 결국 없어질 것이다."가 됩니다.
가말리엘은 일종의 예언을 한 셈인데,
실제 역사를 보면 그의 예언대로 되었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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