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작성자 : 조규만 주교 |
▨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
성경에는 예수님에 대한 많은 호칭이 나온다. 중요한 호칭으로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 '다윗의 후손', '사람의 아들' 등이 있다. 그 가운데 '메시아-그리스도'라는 칭호가 주로 제3자의 입에서 나온 것과 달리 '인자'(사람의 아들)는 주로 예수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칭호였다. 복음서에 나타나는 인자에 관한 말씀은 세 부류로 나타난다.
첫째, 예수님 지상활동과 관련지어 '인자'라는 칭호가 나타난다. 우선 죄의 용서와 관련한 칭호가 있다. "이제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의 아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마르 2,9-10). 안식일 계명을 폐기하는 말씀과도 연관돼 나타난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마르 2,28).
둘째, 고난과 관련해서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나타난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받고 원로사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버림을 받아 그들 손에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시게 될 것(마르 8,30)을 반복하고 있다.
셋째, 세상 종말사건과 관련해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나타난다.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 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뽑힌 사람들을 모을 것이다"(마르 13,26). "그렇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편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14,62).
'인자'라는 표현은 하느님 계획과 인간들 운명이 그분을 계기로 또 그분을 통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복음서를 보면, '인자'라는 칭호는 예수님 자아를 드러내며, 또 한편으로 예수님 생활 전체를 요약해주는 명칭으로 이해된다. 이 명칭 안에는 '인자'이신 주님을 믿는 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 구원될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다.
▨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은 자신을 일컬어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하고 선언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그분에게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드리게 됐을까. 공관 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자기 자신을 일러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부른 것은 요한복음(5,25; 11,4)에만 나타난다.
그 칭호는 어디까지나 교회가 그분에게 붙여드린 칭호다. 이러한 칭호의 근거는 예수님이 하느님을 언제나 '나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시는 예수님에 의해 비로소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게 된 것이다.
예수님의 하느님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는 철저한 그분의 순종에 있다. 죽음 앞에 직면해서도 아버지 뜻이라면 자신의 원의를 기꺼이 버리고 따른 철저한 그의 순종과 아버지에 대한 철저한 신뢰에 있다. 예수님과 아버지 하느님과의 관계는 공적 사명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하느님의 아들'로 만들어줄 '아들'인 것이다.
어떤 병을 치유하는 기적이나 악의 세력 추방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당신의 고유한 특권이 아니라 하느님을 신뢰하는 신앙에서 모든 인간에게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독생성자이신 예수님은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 몸소 하느님의 아들로서 살아가셨다. 친아들로서의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몸소 내주시는 사랑으로 다스리러 오시는 하느님, 곧 사람이 되신 하느님 나라이시다"라고 말할 수 있다.
▨ 예수님은 주님
'주님'이라는 칭호는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으로 고백되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토마스가 예수님께 드린 칭호 '저의 주님'은 '저의 하느님' 만큼 매우 중요한 신앙고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주님'이라는 이름은 하느님 주권을 의미한다.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거나 부르는 것은 그분이 하느님이심을 믿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세계와 역사의 주인으로 선언하는 이 칭호는 인간이 자신을 어느 권력에도 절대적으로 종속시켜서는 안되며, 오직 하느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만 종속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님은 마지막 날에 하느님 아버지만이 아시는 그날과 그 시간에 갑자기 오시는 집 주인이심을 암시한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집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새벽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너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여라"(마르 13,35-36).
'주님'이라는 칭호는 예수님을 세계와 역사를 심판하고 마무리하는 주인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 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 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
과연 우리는 예수님을 세계와 역사의 주님으로 여기고 있는가. 그분은 나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나의 주님'인가. 우리는 그분을 재물과 함께 두 주인으로 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모두가 토마스 사도처럼 예수님을 언제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으로 고백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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