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라노 대성전)
<성전, 종교> 요한 2,13-22
예수님께서 장사하는 사람들과 환전꾼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십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요한 2,16)."
요한복음에는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라고 부드럽게 표현되어 있는데,
공관복음에는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드는구나."
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마태 21,13 ; 마르 11,17 ; 루카 19,46).
이 두 가지 표현을 합해서 생각하면,
당시에 성전에서 장사하는 일은
사실상 '강도짓'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강도들의 소굴'이라고 표현하신 것은
실제 상황이 그랬기 때문입니다.
원래 성전에서 가축을 팔고 환전을 해준 것은
하느님께 헌금과 제물을 봉헌하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일이었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했고,
사제들은 장사를 허락하는 대가로 자릿세와 뇌물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느님의 집에서 장사를 하면서
그 수익금을 하느님께 바친 것이 아니라 사리사욕만 채웠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일도 되었고,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계명도 어긴 일이 되었고,
또 하느님과 성전을 모독하는 일이 되었고, 강도짓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단순히 성전이라는 공간에 대한 가르침이 아니라 종교 전반에 대한 가르침이고,
예수님께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성전에서 쫓아내신 일은
사실상 종교개혁과 같은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전 정화 사건은 예수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루카 19,47).
오늘날에도 종교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하느님을 위해서 일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일하고,
하느님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이비 종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이천여 년 동안의 그리스도교 역사를 보면,
그리스도교도 숱하게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소식(소문)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종교 지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가르침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들에게 해당되는 가르침입니다.
예를 들면, 평소에는 신앙생활을 하지 않던 사람이
(신자라는 것을 드러내지도 않던 사람이)
개인의 출세를 위해서 선거에 입후보한 다음에
자기가 신자라는 것을 밝히면서 성실한 신앙인 행세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선거가 끝난 뒤에는
그런 사람들을 거의 대부분 교회에서 다시 보기가 어렵습니다.
선거에서 떨어지면 더 이상 교회에 안 나타나고,
당선되면 아쉬운 것이 없으니 나타나지 않습니다.
수익금의 '일부'를 봉헌하겠다고 하면서
성당에서 물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봉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사실은 자릿세를 낼 테니 장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탁입니다.
(판매는 하지 않고 단순히 물품 홍보나 소개만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속마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거액의 돈이 오고가는 공사 같은 것을 할 때
비리나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이런 모든 일들은 모두 돈에 숨어 있는 마성(魔性)에 사로잡힌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서 겉으로는 하느님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사탄의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사도들의 안수로 성령이 내리는 것을 본 시몬이라는 마술사가
사도들에게 돈을 주면서 그 권능을 사려고 한 일이 있습니다(사도 8,18-19).
돈으로 사도들의 권능을 사려고 했다는 것은
그 권능으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때 베드로 사도는 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가 하느님의 선물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니,
그대는 그 돈과 함께 망할 것이오(사도 8,20)."
장사하는 사람들을 성전에서 쫓아내신 예수님께 유대인들이 와서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라는 말씀은
"강도짓이나 하는 이런 종교는 폐지해야 한다." 라는 뜻입니다.
'사흘'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암시하는 표현이고,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라는 말씀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뜻에만 순종하는 참 종교를 세우겠다는 뜻이 됩니다.
만일에 그리스도교가 예수님의 뒤를 따르지 않고 타락한다면,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교를 향해서도
"성전을 허물어라." 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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