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11월 17일 다해 연중 제33주일 (평신도주일)

dariaofs 2013. 11. 17. 00:31

 

                                                                             (루카 21,5-19)

 

[생활속의 복음] 평신도의 사도직 소명(召命)

 


   연중 제33주일이면서 평신도주일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두려워하며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받아들이신다(사도 10,35).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이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시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이 백성을 이루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히 섬기도록 하셨다"(「교회헌장」 9항)고 천명한다.


 하느님 백성은 "선택된 민족, 왕의 사제들, 거룩한 겨레,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으로서(…) 전에는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백성이 된"(1베드 2,9-10) 사람들을 말한다.

 

이렇게 탄생한 하느님의 백성은 그리스도의 사제직, 왕직, 예언직분을 세상 안에서 보편적으로 수행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이를 실행하는 것이 곧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사도직 수행이며, 교회는 이 사도직이 더욱 활발해지도록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에게 커다란 관심을 기울인다.

 사실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은 본질적으로 사도직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 이는 살아 있는 몸에서 그 지체들이 단순히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몸의 생명과 활동에 참여하는 것처럼 "모든 지체가 자기 구실을 다 함으로써 온몸이 자라나는"(에페 4,16) 것과 같다.

 교회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봉사직무가 있지만, 그 직무들은 모두 주님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이 연결은 그리스도의 삼직(三職)에 바로 평신도들이 효과적으로 참여해 각자 자기 역할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수행함으로써 하느님 백성 전체의 사명에 참여하도록 힘을 준다.

 그리스도의 삼직은 곧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셔서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주신 당신의 사명 수행을 말한다.

 

사제직은 대사제이신 분께서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는 것(로마 12,1)을 말한다. 왕직은 왕중의 왕이신 분께서 친히 이 땅에서 시작하신 그분의 나라에 시민으로 사는 일이다.

 그리스도께서 사랑과 겸손을 통해 섬김의 모범을 보여 주셨듯이 왕직을 수행하는 그분 백성인 우리 또한 이웃을 섬길 줄 아는 사랑의 삶을 삶으로써 그분 백성으로서 사명을 다해야 한다.

 

예언직은 믿음과 사랑의 생활로 그리스도께 대한 생생한 증거를 널리 전하며, 특히 하느님의 뜻에 비춰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라고 할 것은 '아니오'라고 진실하고도 성실하게 대답할 줄 아는 삶(마태 5,37)이다.

 교회의 존재 목적이 하느님 영광을 위해 그리스도의 나라를 온 세상으로 넓히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하게 하며, 그들을 통해 온 세상이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온전히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구원활동 안에서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곧 사람들이 마음을 합해 현세 질서를 개선하고 끊임없이 완성해 나아가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평신도들은 교회와 세상에서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그 사도직 수행을 통해서만이 사제요 예언자이시며 왕이신 그리스도의 거룩한 직무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오늘날 교회는 어느 때보다 평신도 역할이 중요하다. 그 역할은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까지 폭넓게 적용돼야 한다. 정치ㆍ경제ㆍ환경ㆍ교육ㆍ국제질서ㆍ청소년ㆍ가정, 특히 신앙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을 받는 지역에 이르기까지 평신도의 사도직 수행은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사도직 수행은 곧 하느님으로부터 당신의 참 사도로서 부름을 받는 그 순간부터, 각자 받은 소명에 대해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하느님 백성 곧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생활환경 안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부름을 받은 개인인 우리 자신은 본성상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이며, 하느님께서도 당신을 믿는 이들이 하느님 백성으로서(1베드 2,5-10) 또 한 몸으로 결합되기를(1코린 12,12) 바라시고 계심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평신도는 교회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로서 기쁘고 떳떳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개인주의자요 이기주의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오늘날 한국 사회는 참으로 복잡하고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사회 전체가 온통 불안으로 치달리고 있어서 마치 미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때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느님 백성으로 부름을 받은 평신도들이 각자 부르심을 받은 대로 사도직을 철저하게 수행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변화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사회를 점점 험악한 곳으로 몰고 나가는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따라가는 욕망적 삶을 산다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우리의 사도직 소명은 공수표가 될 것이 뻔하고, 우리 사회는 주님께서 베푸시는 구원 은총의 삶에서 더욱 멀어져 가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신도의 사도직 수행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신대원 신부 (안동교회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