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13-15.19-23)
<가정, 가족>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하와를 주신 일은
단순히 한 남자에게 한 여자를 주신 일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날 자녀들까지 주신 일이고,
그래서 그 일은 사람에게 가정을 만들어 주신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마리아의 아들이 되게 하시고,
요셉의 아들이 되게 하신 일은
예수님에게 가정을 주신 일입니다.
그래서 '가정'과 '가족'은 하느님께서 직접 하신 일(은혜)입니다.
"아내를 버려서는 안 된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마태 5,31-32)
단순히 이혼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이 아니라
가정을 파괴하면 안 되고, 가족을 버리면 안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복음서를 보면 좀 모순되는 것 같은 말씀들이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 10,37)."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48-50)."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마태 19,29)."
(미사의 복음 말씀으로 이런 말씀이 나오면
혈육보다 영적인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강론을 했다가
성가정 축일이 되면 혈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강론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 강론 자체가 모순이 됩니다.)
"가족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가족을 사랑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세속의 인간관계에 얽매여서
영원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사랑하는 일을 가족과 함께 하면 됩니다.
지금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나의 가족이다." 라는 말씀은
혈육을 부정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은 모두 나의 가족이 된다." 라는 말씀입니다.
"내 이름 때문에 가족을 버린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라는 말씀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가족을 버려라." 가 아니라,
영원한 것을 얻으려면 세속적인 것을 초월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버리는 것과 초월하는 것은 다릅니다.
초월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세상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족을 버리면 안 되고, 가족이 모두 함께 세속을 초월해서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우리 교회의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의 독신제도에 대해서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축복하시면서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라." 라고 하셨기 때문에(창세 1,28)
독신제도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신제도는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도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마태 19,12)." 라는 말씀과
"부활 때에는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마태 22,30)."
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일이고,
또 "주님을 위해서라면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1코린 7,32)."
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받아들인 일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신 예수님을 본받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신제도는
하느님께서 이미 주신 가정과 가족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가정을 갖기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이 '포기'는 하느님을 위해서 자신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성가정으로 시선을 옮기면,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가정(혈육)을 만드시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혈육을 버리시지도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
당신의 사명을 모두 이루셨다는 뜻으로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혼자 남아 계실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지금 '걱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 쪽에서 인간적인 시각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에게
어머니를 모셔달라고 부탁하셨는데(요한 19,26-27),
그 일은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라는
계명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신 일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에게 부탁하신 어머니는 혈육의 어머니입니다.
예수님의 성가정은 대표적인 영적인 가정이지만,
동시에 분명히 혈육으로 맺어진 가정이기도 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실 때
곧바로 보내실 수도 있었을 텐데,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태어나서 자라게 하셨습니다.
가정을 통해서 인류 구원 사업을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가정을 본받자." 라는 상투적인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가정을 통해서 당신의 계획을 이루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더욱 깊이 묵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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