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6,51-58)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요한 6,52)."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라고 말씀하시자,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유대인들과
자신은 그 말을 알아들었다고 생각하는 유대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집니다.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알아듣지 못했는데,
일부 유대인들이 자기들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이해한 척 했을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성체성사 교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이해했다고 생각한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생기는 것입니다.
또 성체에 관한 예수님 말씀은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종파들과
상징이 아니라 '실제' 라고 생각하는 우리 교회 사이에 논쟁이 있고,
같은 종파 안에서도 해석을 달리 하면서 논쟁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가톨릭교회는)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실제로 성체와 성혈로 변화시키셨다고 믿고 있고,
성체와 성혈은 예수님의 몸과 피라고 믿고 있고,
그 성변화가 오늘날의 미사에서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그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면?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믿을 뿐입니다.
신학 이론과 철학 이론을 동원해서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길고 자세하게 설명한다고 해도
못 믿겠다고 하는 사람은 믿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성체성사를 믿는 것은 신학이나 철학 이론 덕분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말씀을 믿기 때문에 믿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실제로, 직접 나누어 주신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 때에 '이는 내 몸이다.' 라고 하신 말씀이
'이 빵을 내 몸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라.'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이 빵은 내 몸이다.'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는 내 피다.' 라는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1코린 10,16)"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일에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이용하시지 않고
'어린양'의 살과 피를 이용해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다면?
훨씬 더 실감나게 성체성사를 거행할 수는 있겠지만,
유대인이 아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성찬의 전례를 보면서 혐오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빵과 포도주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은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을 다 배려하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유대인들의 말다툼의 결과는?
이해한 척 한 사람들이나 이해할 수 없다고 한 사람들이나
모두 다 예수님을 떠나버렸고 열두 사도만 남았습니다(요한 6,66).
말다툼이 믿음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아마도 서로 잘난 체만 하다가 흩어졌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논쟁이 아니라 '믿음'입니다.
성체성사를 증명하려고 시도하거나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거나
옛날에 누군가가 체험했다는 성체의 기적이
자기에게도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하지 말고
예수님 말씀을 말씀 그대로 믿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믿는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경건하고 성실하고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자세에 대해서 이렇게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부당하게 주님의 빵을 먹거나 그분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게 됩니다.
그러니 각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 보고 나서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1코린 11,27-29)."
성체는 속세에서 흔히 말하는 불사약이나 불로초가 아닙니다.
믿음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아무나 먹어도 되는 것이 아니고,
먹기만 하면 누구든지 영생을 얻게 되는 마법의 음식도 아닙니다.
먼저 예수님을 믿어야 하고, 예수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하고, 회개해야 하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먹을 수 있다고 다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영성체를 한다고 그것이 다 생명을 주는 성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어떤 이는 성체를 먹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데,
어떤 이는 반대로 그것 때문에 심판을 받고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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