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가톨릭 종합매체로서 우리 교회와 사회 안에서 자리매김한 지 26년이 됐다.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새로운 활력소가 될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신입사원 11명이 지난 4월 22일 서울대교구장 집무실에서 염수정 추기경을 만나 신앙과 삶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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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수정 추기경과 평화방송·평화신문 신입사원들이 교구청 마당에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이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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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수정 추기경이 평화방송·평화신문 신입사원들과 대담에서 자신의 신앙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힘 기자 |
▶추기경님은 주님과 가장 가까운 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추기경님도 하느님과 멀어졌다고 느끼시는 때가 있나요?
신자들의 경우 그럴 때 성체를 모시지 않거나 고해성사를 보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 가는데요. 추기경님은 어떻게 극복하시는지요?
“가족 관계를 예로 들어 볼게요. 아버지와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아버지를 피하기만 한다면, 아버지와 점점 더 멀어지게 될 뿐입니다.
아버지께 다가가 울기도 하고, 궁금한 것은 여쭙기도 하고, 때론 떼도 쓰고, 어리광도 부리다 보면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살다 보면 ‘하느님은 정말 나를 사랑하시나?’, ‘하느님이 나의 아버지가 맞는 걸까? 나의 아버지라면 어떻게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을 것입니다. 나에게만 닥친 아픔과 슬픔에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고 때론 원망도 하게 되죠.
그러나 하느님 ‘아빠’,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누구보다 사랑하시고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할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또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고 우리 곁에서 슬픔을 아파하고 위로하십니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하신 것도 인간의 고통과 함께하겠다는 주님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저 역시 힘들고 어려운 때가 많이 있습니다. 열심히 사목활동을 하다가도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나 힘에 부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조용히 묵주를 손에 쥐고 하느님 앞에 앉아 기도합니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 편안함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서 곁에 계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기도 속에서 쉬다 보면 종종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고뇌와 절망을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며 지켜보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그저 받아들이면 됩니다. 의심이 들더라도 주님과 대화하세요. 자비의 하느님은 우리를 언제나 기다리고 계십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멘토나 롤모델을 정합니다.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꾸려갈지,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맬 때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도움을 받죠. 추기경님께도 인생을 통틀어서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멘토가 있는지요?
“주님께 향하는 기도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는 가만히 떠올리게 되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저의 어머니입니다. 이제는 작고 하신 지 오래됐지만, 제가 사제가 되는 데는 어머니의 힘이 컸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뱃속에 품으셨을 때부터 저를 하느님께 사제로 바치기로 마음을 먹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신부가 될 때까지도 그런 사실을 전혀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신부가 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 말씀을 꺼내셨는데, 그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저는 제가 잘나서 신부가 됐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나를 위해 뒤에서 묵묵히 기도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제 스스로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매사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어머니께서는 선종하시기 전에 제게 ‘이제 엄마 기도 필요 없이 혼자서도 기도할 수 있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마지막 말씀이셨답니다. 아마 당신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저 역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며 살아가길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실 어머니의 사랑을 이제는 제가 우리 신자들과 사제들에게 나눠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교구장은 교구 신자들과 사제들의 부모가 아니겠습니까?
기도하던 어머니처럼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언제나 기도하며 신자들과 사제들에게 사랑을 전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성당에 나가면 청년들이 없습니다.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서관이나 학원에서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합니다.
본인 하나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요즘 청년들은 사회나 종교에 관심을 가지기도 힘든데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추기경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요즘 젊은이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교회도 잘 찾지 않아 성당 안의 청년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신앙의 정체성을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정체성을 통해 스스로 그리스도를 만나고, 하느님을 체험하면서 신앙생활의 기쁨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 늘 기도하십시오. 언제나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그 간절함 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그리고 하느님의 신실하심에 신뢰를 두고 살아가십시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닥치는 어떠한 어려움이나 갈등, 고민도 하느님 안에서 새롭게 해결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간절히 바라는 삶의 기도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얻는 것이며, 하느님께 대한 신뢰는 내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고, 그 삶의 변화는 더는 내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나눠지는 삶입니다. 더 나아가서 이것은 모든 이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 세상 청년 여러분에게 이렇게 요청하셨습니다. ‘마음속에 복음과 함께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여러분이 여러분들의 삶에서 신앙의 증거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주님을 믿고 의지하며 주님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하는 용기를 발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어렵다고요?
그렇다면 기도하며 청하세요. 그리고 주님의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세요. 그렇게 될 때 생명과 평화와 사랑과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희생자 중에는 천주교 신자인 학생과 선생님도 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세월호 사건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시고 싶으신가요?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픕니다. 무엇보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하느님 안에서 안식을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특별히 부모님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때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음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에게 스스로 사흘 만에 부활하시면서 영원한 생명을 보여주셨습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입증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곁에는 여러분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시는 주님이 계십니다. 주님은 고통받는 이들과 항상 함께하시며 고통을 이겨나가는 버팀목이 돼 주십니다. 주님이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로 교황님에 대한 교회 안팎의 관심이 매우 큽니다. 추기경님께서는 2월 바티칸에 가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뵙고 추기경 서임을 받으셨는데, 그때 만나신 교황님은 어떠셨는지요?
“교황님을 처음 만난 것은 서임식 전에 열렸던 추기경 회의였습니다. 가정의 복음화가 주제였습니다. 회의 마지막 날, 저는 5분의 발언 기회를 얻어 한국교회를 설명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분단국가인 한국의 이산가족을 설명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교황님과 추기경들께 부탁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경청하시는 교황님을 보면서 더욱 그 평화가 간절해지기도 했습니다.
기도 부탁을 한 다음날, 서임식에서 저는 뜻하지 않게 교황님과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진홍색 주케토와 비레타, 추기경 반지와 임명장을 교황님께 차례로 받고 나서 일어나려는 순간, 제 양어깨를 움켜잡은 교황님께서 환한 미소를 띠고 몸을 기울여 얼굴을 가까이 대시더니 ‘한국을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코앞에 교황님의 눈이 어찌나 크고 또렷하던지…. 순간 멈칫했습니다.
저는 교황님께서 우리 한국을 사랑하시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큰 감동이었고 참 기뻤습니다. 사실 그때 저는 그 말씀에 당황해서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우리 한국 국민도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닮고 싶은 점이 있으신가요?
“교황님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신자가 아닌 많은 분들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이지요. 검소한 생활과 겸손한 성품, 가장 소외된 이들을 향하는 행보와 말에만 그치지 않고 몸소 삶을 통해 실천하시는 그분의 모습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교황님의 말씀에 집중하고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부유하지만 가장 불행한 오늘날 현대인들이 교황님을 통해 위로받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양떼와 함께하는 목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저 역시도 교황님의 행보를 보며 제가 사목자로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교황님께서는 새 추기경들에게 ‘고통의 길인 예수님의 길을 충실하게 걸어야 한다. 또한 세상과 사람들에게 평화를 가져오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 그 부르심에 잘 응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추기경은 로마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지 궁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분의 요청은 곧 진실한 소통의 도구로 살아가라는 말씀이실 것입니다. 복음의 정신으로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희생하며 봉사하라고 추기경들에게 강하게 주문하신 것입니다.
특별히 교황님께서 원하시는 사제상은 신자들과 함께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이 부분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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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방송·평화신문 신입사원들이 염수정 추기경에게 선물로 받은 묵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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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수정 추기경과 평화방송·평화신문 신입사원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
▶올해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AYD)와 제3회 한국청년대회(KYD)가 열리고, 교황님께서도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는 경사스러운 해입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시아청년대회와 한국청년대회를 준비해야 하는지, 또 교황님의 방한을 앞둔 청년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교황님은 사목 방문으로서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나라에 오십니다. 그리고 한국의 새로운 복자들의 시복식을 거행하시고, 분단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러 오십니다.
특별히 교황님께서 아시아 청년대회에 오시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 대륙별 청년대회에 참석하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회의 미래인 우리 젊은이들, 특히 아시아의 젊은이들을 매우 아끼고 계시는 것이지요.
이번 교황님 방한 주제는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입니다. 방한 주제처럼 가톨릭 교회가 아시아 대륙 전체에 주님의 평화와 복음을 선포하고, 세상에 주님의 빛과 영광을 비추어야 합니다.
특별히 젊은이들이 신앙의 중요성과 정체성을 찾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 어떤 행복의 원천이 되는지 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시성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발표하셨던 교서 「제삼천년기」에서는 ‘새로운 천 년인 2000년대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있고, 큰 종교들이 탄생한 곳입니다.
그러나 필리핀을 빼면 아시아 가톨릭 복음화율은 1%에 불과합니다. 이번 교황님 방한의 의미는 특별히 한국이 아시아 사람들에게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문’이 되기를 바라시는 것 아닐까요.
교황님께서 ‘사랑한다’고 말씀하신 한국을 방문하시듯, 우리도 착한 목자로서 한국에 오시는 교황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맞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입니다.
교황님을 위해, 그리고 한국과 아시아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교황님을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화신문이 올해 창간 26주년으로 청년이 됐습니다. 저희 중에는 신문이 창간한 1988년도에 태어나 평화방송·평화신문에 입사한 신입사원도 있는데요. 평화신문이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추기경님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선 평화신문 창간 2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청년이 된 평화신문이 더욱 성숙한 언론 매체로서 한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빛을 전해주는 복음의 도구가 되도록 주님께 은총을 청합니다.
저를 찾아와 주신 우리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신입사원들을 비롯해 이곳에 종사하는 모든 분이 항상 기도하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스스로 기도하고 기도가 녹아있는 생활을 하시면, 주님과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주님의 뜻을 세상에 잘 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서 주님으로부터 특별히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소중한 탈렌트를 선용해서 미디어를 통해 이 땅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큰 몫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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