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2년 11월 25일 나해 그리스도 왕 대축일

dariaofs 2012. 11. 25. 00:08

 

                                                                                                      (요한 18,33ㄴ-37)

 

 

 

 

<메시아의 나라>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7)."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라는 말은,

'나는 세속적인 방식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다.' 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생각하면

'하늘나라' 같은 나라를 가리키는 말이 되겠지만,

예수님의 나라는 인간 세상과 상관없는 다른 곳에 있는 나라가 아니라

바로 인간 세상 속에 건설되는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 라고 말씀하셨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셨을 때 천사가 제자들에게 한 말은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 이었습니다.

 

그래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내 나라는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이고,

이 말은 '내 나라는 세상의 나라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통치하는 나라이다.'

라는 뜻이 됩니다.

(신앙인이란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라는 말은,

'내가 세속의 왕들처럼 내 나라를 세속의 방식으로 다스린다면

내가 유다인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내 신하들이 벌써 무력을 사용했을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이 말에 대해서 '몇 명 되지도 않은 제자들에게 그런 힘이 있었을까?' 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체포될 당시에

예수님의 제자들은 열한 명의 사도들과

사도가 아닌 몇 명의 제자들과 여자들뿐이었고

그들의 힘으로는 예수님의 체포를 막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태오복음 26장을 보면, 꼭 그렇게 생각할 것은 아닙니다.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청하기만 하면 당장에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 주실 것이다(마태 26,53)."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의 천사 군대를 뜻합니다.

그런 군대를 동원한다면

단순히 예수님의 체포를 막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정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이신 분인 하느님의 방식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으로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라는 말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세상에 오셨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정복자가 아니라 구세주라는 것입니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라는 말은,

'내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진리에 속하게 된다.' 라고

거꾸로 생각해야 이해하기 쉬운데,

이 말은, '내가 선포하는 복음을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구원을 받게 될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의 나라는 세상을 무력으로 정복해서 세우는 나라가 아니라

구원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세우는 나라이고(마태 23,37).

그 나라의 시민이 되려면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복음을 받아들여서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황제가 군대의 힘으로 제국을 통치하는 것만 보면서 살았던 빌라도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의 말씀 다음에

'진리가 무엇이오?' 라고 빌라도가 묻는 장면이 있는데(요한 18,38),

진리가 무엇이냐는 빌라도의 질문은

'진리 따위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라는 뜻이고,

이 말은 사실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냐?' 라고 빈정거리는 말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후보들마다 모두

자기가 새로운 나라,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지만

거짓말로 끝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려고 하지 않고

백성이 자기를 섬기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이 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연산군이 되는 일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백성을 참으로 섬기는 메시아의 통치를 조금이라도 본받기를...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