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2년 10월 21일 나해 연중 제29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주일)

dariaofs 2012. 10. 21. 00:09

 

                                                                                                         (마태 28,16-20)

 

 

 

 

<복음화>

 

'전교주일'을 맞아서 거의 모든 성당에서 선교에 관한 강론을 할 텐데,

좀 더 선교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만 그칠 일은 아닙니다.

 

선교활동의 기본 원리는 이것입니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이 구절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라는 말씀의 결론 구절인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착한 행실'로 선교활동을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선교활동은 '말재주'가 아니라 '삶'으로 하는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나도 여러분에게 갔을 때에,

뛰어난 말이나 지혜로 하느님의 신비를 선포하려고 가지 않았습니다(1코린 2,1)."

 

"나의 말과 나의 복음 선포는

지혜롭고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1코린 2,4)."

 

가장 위대한 선교사였던 바오로 사도의 선교활동은

'말재주'가 아니라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삶'과 '행실'로 한 것이었습니다.

 

"이교인들 가운데에 살면서 바르게 처신하십시오.

그래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라고 여러분을 중상하는 그들도

여러분의 착한 행실을 지켜보고,

하느님께서 찾아오시는 날에 그분을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1베드 2,12)."

'어떻게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예수님의 '서로 사랑하여라.' 라는 말씀은

제자들끼리만 배타적으로 서로 사랑하라는 뜻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 사랑을 보고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말씀은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라는 가르침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내용과 합하면,

선교활동을 하려면 우선 먼저 '착한 행실'을 해야 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말재주'나 '이론'으로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착한 행실'과 '사랑'으로 감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선교활동을 온 세상을 '정복'하기 위한 활동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비록 상징적으로 사용한 말이긴 하지만 오해하기 쉬운 말입니다.

선교활동은 세상을 힘으로 지배하기 위한 정복 전쟁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봉사입니다.

 

힘으로 정복하고 지배하는 것이 사랑일 수는 없습니다.

사랑을 전하려면 그 방식도 사랑이어야 합니다.

(복음을 전하려면 그 방식도 복음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뭔가 반대급부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영업입니다.

선교활동은 교세 확장을 위한 영업활동이 아닙니다.

 

선교사는 세일즈맨이 아니고,

믿음과 사랑을 고백하고 증언하고 실천하면서

사람들을 하느님에게로 인도하는 안내자입니다.

 

그런데도 선교활동을 위한 연수회를 보면

마치 세속의 회사에서 세일즈맨을 양성하기 위한

연수회를 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고,

선교 대상자들을 고객처럼 생각하면서

고객 관리 카드 같은 것을 사용해서 관리하는 경우도 있고,

팀별로, 개인별로 경쟁을 시키고,

회사에서 영업 실적을 비교하듯이 선교활동 실적을 비교하고,

평가하고, 시상하기도 합니다.

 

세속의 회사들도 고객의 돈보다도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입교자 증가율 같은 통계나 신경 쓰고 있다면... 많이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교활동의 성과가 좋은 교구나 본당을 보면

'기술'이 좋아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공동체라서 '잘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반대로 스캔들도 많고 잡음도 많고, 분열되어 있는 공동체는

당연히 선교활동의 성과도 좋지 않은 것을 보게 됩니다.

 

자기 안에 기쁨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자기가 먼저 빛을 받아서 빛나고 있어야 다른 사람을 비출 수 있습니다.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마태 6,23)"

 

'복음화'와 '세속화'는 빛과 어둠의 관계와 같습니다.

세상을 복음화 시켜야 할 교회가 거꾸로 세속화된다면

빛을 어둠으로 바꾸는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 전주교구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