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2년 10월 14일 나해 연중 제28주일

dariaofs 2012. 10. 14. 01:15

 

                                                                                                         (마르 10,17-30)

 

 

 

 

<하느님 나라와 부자, 바늘귀와 낙타>

 

어떤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와서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고,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십계명을 잘 지키고,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대답하십니다.

그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서 떠나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르 10,25)."

라는 유명한 말씀을 하십니다.

제자들은 그 말씀에 놀라서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라고 묻고,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르 10,27)."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내용의 주제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방법 -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낙타는 바늘귀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로 변화될 수 있다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 힘만으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들어오라고 허락해 주신다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바로 앞에 '어린이'에 관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 10,15)."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란다면 '어린이'가 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부자 청년에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을 제시하신 것은

사실상 그에게 '어린이가 되는 방법'을 제시하신 것과 같습니다.

십계명을 지키고, 가진 것을 팔아서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예수님을 따르는 일은

'어린이가 되는 방법'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부자에게 하신 말씀에서 강조점은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가 아니라 '가진 것을 팔아'에 있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나서 하느님에게만 의지하는 것이

'어린이'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열두 사도를 파견하실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던 지시(마르 6,8)와 같은 말씀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또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려면

우선 먼저 하느님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아무것도 없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재산, 능력, 업적, 공로 등을 내세우면서 그런 것들에 의지하는 어른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도 없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할 수도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렇다면 그 부자 청년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라는 처음의 질문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저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합니까?"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로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저절로 답이 나올 것입니다.

 

바늘귀를 빠져나가려면 우선 먼저 낙타에서 '실'로 변화되어야 하고,

'실'이 되려면 가진 것들을 주님과 이웃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으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자기의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입니다.

주님의 것을 주님께 돌려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웃에게 주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주님께 돌려드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이웃이 곧 주님입니다.)

 

이것은 재산만의 문제는 아니고, 업적이나 공로나 능력에도 해당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업적과 공로가 많아도,

낙타에서 '실'로 변화되지 않는다면 바늘귀를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주님의 마음에 들었던 솔로몬은 많은 업적을 쌓은 뒤의 말년의 솔로몬이 아니라

아직 아무런 업적도 쌓지 못한 어린 솔로몬이었습니다.

왕이 된 직후에 솔로몬은

"저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아서 백성을 이끄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1열왕 3,7)."

라고 말하면서 지혜를 청하는데,

바로 그때의 '어린 솔로몬'이 주님 보시기에 좋았던 것입니다(1열왕 3,10).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먼저 하느님의 어린이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문은 인간의 힘으로 열 수 있는 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열어주셔야 열리는 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인간이 하느님께 요구해서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셔야만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겸손하게 어린이처럼 주님께 간청할 뿐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