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2,15-21)
<감사>
명절의 기본 정신은 '감사'입니다.
사실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이웃에게 감사하는 일은
명절에만 할 일은 아니고 평소에도 늘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받은 은혜가 적다고 느끼거나
아예 없다고 느낄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혜를 많이 받았다고 느껴서 감사드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하는 일이 뜻대로 안 되고, 힘들기만 하고,
인생이 고달프기만 할 때
무엇을 은혜로 생각하고 무엇에 대해서 감사드릴 것인가?
최악의 불행을 당한 '욥'이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욥 1,21)."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좋은 것을 받는다면,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욥 2,10)"
이 말은 하느님께서 '나쁜 것'을 주신다는 뜻도 아니고,
'나쁜 것'에 감사드린다는 뜻도 아닙니다.
'나쁜 것' 속에도 하느님의 섭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욥이 하는 말은 이미 받은 좋은 것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받게 될 좋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이기도 한데,
이것은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시편 23,4)."
하느님은 인간에게 '어둠의 골짜기'를 주시는 분이 아니라
'어둠의 골짜기'에서 인간을 지켜 주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그 어둠의 골짜기를 지나가면
'푸른 풀밭'에 도착하게 될 것이고,
포기하면 어둠 속에 묻혀버릴 것입니다.
밀농사를 지었는데 가라지만 잔뜩 자라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어떤 사람은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가라지가 아니라 밀을 보호하시는 분입니다(마태 13,29).
봄에 씨를 뿌려서 가을에 추수를 할 때까지,
가뭄과 태풍과 홍수와 병충해 같은 온갖 일을 다 겪게 됩니다.
하느님이 인간의 농사를 망치려고 계속 방해를 하셨겠습니까?
아니면 그런 자연 재해를 막아 줄 힘이 없어서 구경만 하셨겠습니까?
자연 재해는 글자 그대로 자연의 일이고, 늘 있는 일이고,
인간이 극복해야 할 일입니다.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가위 복음 말씀은
루카복음 12장 15절-21절,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인데,
그 부자의 잘못이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잘못은 전혀 감사할 줄 모른다는 점입니다.
많은 소출을 거둔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지도 않고,
일꾼들에게 고마워하지도 않고, 이웃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얻은 것은 모두 자기 힘으로 얻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하려고 생각합니다.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20)"
라는 하느님의 말씀에는,
"지금 네가 너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은 사실은 너의 것이 아니다."
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겸손하게 감사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야외 행사를 할 때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이렇게 좋은 날씨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라는 말인데,
만일에 날씨가 안 좋았다면 하느님을 원망할 것인가?
날씨가 좋은 것에 대해서 감사드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날씨가 안 좋더라도 감사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입학시험을 앞두고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를 많이 합니다.
바라는 대로 합격했을 때에 감사드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합격을 못했을 때에는?
그래도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실제 현실을 보면,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는 많이 하는데,
합격한 뒤에 감사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적고,
불합격했더라도 감사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에페 5,20)."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언제나' 라는 말과 '모든 일에' 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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