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0,2-16)
<혼인과 이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
혼인과 이혼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혼인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고,
이혼은 하느님께서 하신 그 일과
그 일에 관한 하느님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십계명과 율법이라는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하느님의 은총'에 관한 문제입니다.
혼인은 십계명보다 상위에 있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인간 사회의 제도나 법률이나 관습보다 위에 있는
'신앙'에 관한 문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안 믿는 사람들도
흔히 배우자에게 (또는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당신은 신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다.'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데,
나중에 마음이 변해서 이혼하게 된다면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자기의 고백을 번복하는 일이 됩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혼은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을 스스로 거부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문제에 관해서
'시대가 변했는데도 교회는 변하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다.'
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런 비판은 종교와 신앙을 인간의 일로만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비판이기 때문에 잘못된 비판입니다.
우리는 '영원히 살아 계시는 하느님'을 믿고 있고,
변함이 없으신 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도 변함이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 하느님을 믿는 신앙에도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
혼인을 인간의 제도라고만 생각하면 시대의 변화에 맞춰야 하겠지만,
'하느님의 일'이라고 믿고 있으니 바꿀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하느님의 뜻을 실현시키는 좋은 쪽으로 시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면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함께 변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같은 말이긴 한데, 이혼을 찬성하면 진보적이라고 하고,
반대하면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성사의 은총은 인간의 사상과 이념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믿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진보나 보수로 분류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원리는 분명한데,
사람들의 실제 상황 속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라는 바리사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은 '버려도 되는가?' 라는 질문에 답변하신 것뿐입니다.
그러니 '버림받은 사람'의 처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 아니고 합의 이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혼하면 안 된다.' 라는 말만 녹음기처럼 반복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것이
인간 세상의 현실입니다.
이미 이혼을 했거나 당해서 아픔 속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 교회와 사목자들의 숙제입니다.
병에 걸리기 전에 건강관리를 잘하라고 강조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이미 병에 걸린 사람은 우선 먼저 치료부터 해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병자를 앞에 두고 왜 병에 걸렸느냐고 비난만 하면서 치료를 안 한다면,
그것은 병자를 위한 태도가 아닙니다.
죄를 짓지 말라고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지만,
이미 죄를 지었거나 죄 속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구원하려고 노력하신 예수님입니다.
예방도 중요하고, 치료도 중요합니다.
사실 교회는 건강한 사람들만의 공동체도 아니고,
성인들(의인들)만의 공동체도 아닙니다.
죄인이지만 성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맺어 주신 것을 갈라놓은 사람'도 버리지 않으실 것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지금 이런저런 아픔 속에 있는 사람도
스스로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라고 교회가 있고, 공동체가 있는 것입니다.
(십계명과 교회법은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구원을 위한 법입니다.)
'잃은 양 한 마리의 비유'는
지금 이혼의 아픔 속에 있는 사람들, 조당이라는 것에 묶여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 들어맞는 비유입니다.
지금 누군가가 아파한다면, 예수님도 그 사람 때문에 아파하실 것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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