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16-21)
<평화, 복>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또는 마리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구유에 누워서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님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열두 군단이 넘는'(마태 26,53)
천사 군대가 지켜 주어서 '평화'인 것도 아니고,
동방박사들이나 베들레헴의 목자들이
무장을 하고 지키고 있어서 '평화'인 것도 아니고,
요셉과 마리아가 뛰어난 무공을 지닌 전사들이어서
'평화'인 것도 아닙니다.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집이 좋아서도 아니고,
높은 자리에 있어서도 아니고,
사람들이 떠받들고 우러러 보아서도 아닙니다.
요셉도 마리아도 아기 예수님도 모두 연약하고 가냘프고 비무장이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무방비 상태입니다.
세속적이고 물리적인 힘이 전혀 없는 모습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그 모습이 '평화'입니다.
반면에 경비가 삼엄한 궁궐에서 군대의 보호를 받고 있는
헤로데의 모습에서는 평화를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그의 모습은 긴장, 불안, 초조, 두려움 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마태 26,52)."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예나 지금이나 진리입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강력 범죄를 막으려면 강력한 경찰이 필요하고,
강한 적이 쳐들어오려고 한다면 강한 군대로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불심검문을 하고,
공권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독재 정권이 다스리는 나라에는 진정한 평화란 없습니다.
(국민에게도 평화가 없지만 독재자 자신에게도 평화가 없습니다.
남의 평화를 빼앗으면 자기 자신의 평화도 잃는 법입니다.
공권력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평화와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군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한 군대를 양성해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하려고 했던 제국주의자들은
모두 예외 없이 얼마 못가서 멸망했습니다.
군대의 힘으로 유지되었던 '로마제국의 평화'는
'사랑의 힘'을 바탕으로 한 '그리스도의 평화'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이 많다고 해도 돈으로는 평화를 살 수 없습니다.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잃을 것이 많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힘으로 지키려고 하면,
그것을 지킬 수는 있겠지만 그 대신 평화를 잃게 됩니다.
참된 평화를 원한다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 베풀면 됩니다.
빼앗기고 도둑맞고 잃어버리는 것과
자기 스스로 나누어 주고 베푸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만일에 사람들이 모두
자기가 정당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을 갖지 못한 것은 남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남에게 빼앗겼다고만 생각해서 그것을 다시 남에게서 빼앗아 오려고 하면
인간 세상은 끝없는 악순환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그것은 모두가 불행해지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남의 덕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다시 남과 나누려고 하고 서로 베풀게 되면,
그 사랑으로 더 큰 사랑이 생깁니다.
그것은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고 평화롭게 되는 지름길입니다.
'낙타와 바늘귀의 비유'에 나오는 부자는
예수님께서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라고 하시자
슬퍼하면서 떠나갑니다(마태 19,22).
'슬퍼하면서' 떠나갔다는 것은 그가 마음의 평화를 잃었다는 뜻입니다.
그는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다는 소망과
자기의 것을 남과 나누기 싫다는 욕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었고,
그 갈등 때문에 평화를 잃었습니다.
사실 이 상황은 부자가 아니라도(거지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억의 재산을 감춰둔 비밀금고를 지키느라고 고생하는 부자와
동전 몇 개가 들어 있는 깡통을 지키느라고 고생하는 거지가 무엇이 다릅니까?
'낙타와 바늘귀의 비유'에 나오는 부자가 얻기를 소망했던 '영원한 생명'은
사실은 모든 신앙인이 하느님께 바라는 '복(참된 평화)'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을(평화를) 받기를 바란다면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특히 버려야 할 것은 '혼자서만' 편안하게 지내려는 욕심입니다.
남들은 모두 고생하고 있는데 혼자서만 편안하게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혼자만의 감옥에 갇혀 있는 모습이 될 뿐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강 론 말 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3년 1월 13일 다해 주님 세례 축일 (0) | 2013.01.13 |
|---|---|
| 2013년 1월 6일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0) | 2013.01.06 |
| 2012년 12월 30일 다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0) | 2012.12.30 |
| 2012년 12월 25일 다해 예수 성탄 대축일 (0) | 2012.12.25 |
| 2012년 12월 24일 다해 예수 성탄 대축일 전야미사 (0) | 2012.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