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교리 1046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95)자신과 타인 그 관계의 딜레마 (중)

겉으로 보기에 실비아의 심리적 불안의 문제는 그 근저에 종교적 신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프로이드(Freud)는 바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서 종교가 “신경증 환자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도 실비아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종교가 신경증 환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수님의 말씀이 신경증 환자를 만들고 있다면 누가 인정할 수 있겠는가? 사실은 종교가 아니라 종교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며,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이라고 믿는 개인의 신념이 신경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실비아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는 말씀을 “이웃을 너 자신보다 우선적으로 혹은 너 자신보다 중요하게 생각..

인간중심 교리 2021.11.08

[세상살이 신앙살이] (308) 할머니들은 할머니들을 필요로 한다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목이 붓더니, 새벽이 되어서는 침을 삼키기도 어려울 정도로 목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병원에 가려고 읍내 이비인후과에 예약 전화를 했더니, 대체 공휴일이라 휴진한다는 겁니다. ‘이를 어쩌지…’하며 고민을 하는데, 함께 사는 신부님이 근처 면 소재지에 있는 가정의학과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그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했고, 의사 선생님도 좋은 분이라 강조하면서! 이에 나는 오늘 병원 진료 하는지를 물었더니, 신부님은 그 병원에 전화했고 ‘진료한다’는 간호사의 말을 확인하고 알려 주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을 듣고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은 후, 차를 몰고 근처 면 소재지에 있는 병원을 찾아 갔습니다. 시골 면 소재지에서 병원을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차나 혹은 오토..

인간중심 교리 2021.11.06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94)자신과 타인 그 관계의 딜레마 (상)

상담을 통해 도움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유형으로 심리적인 고통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심리적인 고통이란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하며 불안한 증상에서부터 정신적 외상(trauma)으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역시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상처를 포함해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유발하는 고통이 존재한다. 심리적 차원이든 관계적 차원이든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십자가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진정한 고통은 이 두 차원의 문제가 서로 통합이 되지 않을 때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대인 관계적 문제가 발생하고, 반대로 대인관계를 잘하려다 보니 자신의 심리적 고통이 발생하는 체험을 하게 된..

인간중심 교리 2021.11.04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5) 외짝교우라 자녀에게 신앙 이어주기가 어려워요

신앙의 본질부터 먼저 설명하기보다 성당 활동 통한 사회성·도덕성·인내 등 교회로부터 얻는 좋은 점 우선 알려야 가족으로서 전례에 참례하도록 초대해 신앙의 문화에 젖어들도록 도와줘야 “저희 남편은 신자가 아니에요. 저와 아이들이 성당에 다니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본인의 기준에서 너무 종교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불편함을 표시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저와 아이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남편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신앙을 이어줄 수 있을까요?” 자녀에게 신앙을 이어주는 주체는 부모,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 두 사람입니다. 따라서 부부가 협력할 때 자녀 신앙 이어주기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신자 가정에서 부모 두 사람 모두가 신앙..

인간중심 교리 2021.11.01

[세상살이 신앙살이] (307) ‘내가 힘든 얼굴을 하면 안 되거든…’

성지에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시는 고마운 누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수도권 어느 본당 주임인 동창 신부의 누님이랍니다. 그분은 내가 뭔가를 팔면 언제나 홍보대사가 되십니다. 지인들에게 성지와 물품 소개를 하시면서 도움을 주십니다. 그날도 누님께서 굴비를 주문하셨는데, 1시간 후 동창 신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석진아. 너 요즘 수도원과 순례자 쉼터 짓는 것 때문에 굴비를 판다면서?” “어떻게 알았어?” “누나가 방금 전화로 말해 줬어. 누나는 내 형편을 알고 있어서, 네가 하는 일을 내게 전하지 않았대. 암튼 나에게 도와 달라 말을 좀 하지?” “아니, 뭐 미안하게시리.” “실은 나도 지금 성당을 짓고 있거든.” “그래? 아이고, 너도 힘들 텐데, 나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겠니?” “너희는 공사비가 ..

인간중심 교리 2021.10.30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93)이대로 살 것인가, 다르게 살 것인가 (하)

마태오 형제는 지금까지 자신의 성격적 단점을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성격의 변화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자신은 물론 자신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분노가 일어났다. 마태오 형제는 자신의 고유한 성격적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변화만 요구했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마태오 형제는 내면의 깊은 외로움과 상처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점차로 자신의 문제가 성격(타고난 기질이라고 생각하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신념)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세상이 갑자기 밝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가치..

인간중심 교리 2021.10.27

[세상살이 신앙살이] (307) ‘수도자보다 더 수도자다운…’

예전에 개갑순교성지의 구석진 수풀 속에 있던 수국을 성지 입구에다 옮겨 심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녀석들이 꽃을 피울 때에는 성지 입구가 보기 좋았는데, 꽃이 지고 시간이 흐르자 성지 입구가 휑– 한 것이…! 무언가를 심어야 할 것 같은데 조건이 맞지 않아 주저하고 있던 어느 날. 광주와 화순에 사시는 연세가 지긋하신 자매님 두 분이 가끔 성지로 미사를 오시는데, 그날따라 두 분은 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셨는지 먼저 말을 건네셨습니다. “신부님, 여기 성지에 꽃나무가 필요하죠?”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들이 성지에 올 때마다 꽃나무가 피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성지를 보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하네요. 그런데 성지 형편도 그렇고, 제가 요즘 하는 일들이 많아..

인간중심 교리 2021.10.24

[숨, 쉼, 공간] (4)양말 노점상 주행숙(아녜스)씨의 일터 ‘명동거리’

양말 손님은 줄었지만...묵주기도 드리며 이웃과 온기 나눠 제 일터는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을 감싸고 있는 명동거리입니다. 명동거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었지요. 코로나19가 덮친 후, 중국인 관광객들은 썰물처럼 다 빠져나갔고 거리는 한산해졌습니다. 매일 낮 12시, 저녁 6시가 되면 명동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이곳 명동거리로 내려와 은은하게 퍼집니다. 명동거리에서 10년 넘게 양말을 팔았네요. 잉어빵을 팔았던 시간까지 포함하니 20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잉어빵을 팔 때는 반죽을 계속 올리고, 빵을 앞뒤로 뒤집어야 해 어깨와 팔이 많이 아팠는데, 양말은 그나마 편합니다. 300만 원 들여 장만한 손수레에 각양각색의 양말을 올려다 놓거나, 걸어 놓기만 하면 됩니다. 겨울에는 그..

인간중심 교리 2021.10.22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92)이대로 살 것인가, 다르게 살 것인가 (중)

마태오 형제처럼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성격(personality)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각자 자신만의 성격 개념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성격을 타고난 ‘기질(temperament/disposition)’이나 ‘성품(nature)’으로 이해한다. 이런 방식으로 성격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고치거나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성품, 즉 천성이 어디 가겠냐는 것이다. 반면 현대 심리학이나 교육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성격이 환경이나 교육 혹은 특별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성향(propensity)’이나 ‘특성(character)’에 더 가깝다고 본다. 이들에게 성격이란 기본적으로 고칠 수도 ..

인간중심 교리 2021.10.19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4) 자녀가 없는 가정에 신앙 전수는 먼 이야기 같아요

혼인의 본질은 부부의 사랑과 협력 출산뿐 아니라 다양하게 나눌 수 있어 어린이·청소년 복음화 향한 헌신 등 다음 세대에 신앙 이어주며 확장해야 “말로 다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저희 부부에게 아기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의학적으로도 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왜 저희 부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한동안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터널 속을 헤맨 끝에 저희 부부는 마음을 내려놓고 기도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런데요 신부님, 가정이 신앙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저희처럼 자녀가 없는 가정에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불임 부부들의 아픔을 들을 때면 참 마음이 저립니다. 얼마나 많은 날을 눈물 속에서 하느님께 아기를 청했을지. 그리고 그 고통..

인간중심 교리 202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