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교리 1046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103, 끝)왜 사제가 되셨나요

신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특히 상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왜 사제가 되려고 하셨나요?” 사제품을 받을 때나 지금이나 이 질문은 늘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25주년 은경축을 맞은 사제에게 이젠 그만 물어볼 때도 되었는데도 말이다. 신자분들이야 당연히 현대사회에서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알기에 어떻게 성소를 받았는지, 어떻게 그 부르심에 응답한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실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답변은 한결같기에 간혹 듣는 분들에게는 실망을 안겨드린다. “사제가 된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 삶인 것 같이 느껴질 뿐,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처음엔 정말 사제가 된 이유를 신자분들이 궁금해하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이..

인간중심 교리 2022.01.08

[세상살이 신앙살이] (316·끝) 어느 사제의 아름다운 데이트

며칠 전, 친한 교구 신부님에게 일 관계로 물어볼 것들이 있어서 문자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 혹시 통화가 되나요?’ 10분 뒤에 그 신부님으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지금 남대문파 여인과 데이트 중. 저녁에 통화 가능.’ 헐… ‘남대문파’, ‘여인과 데이트’ 이게 뭐지…! 암튼 그날 저녁이 되자 신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이, 강 신부.” “네. 신부님.” 나는 그 신부님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여러 조언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20분 정도 대화를 한 후,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데이트 어떠셨어?” “무슨 데이트?” “오전에 저에게 문자 보내셨는데. 남대문파 여인이랑 데이트 중이라고.” “아! 그거. 오늘 어머니랑 함께 있었는데, ‘남대문파’는 우리 어머니께서 남대문시장에서..

인간중심 교리 2022.01.03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19)시기별로 도움이 되는 성경의 내용이 달라요

발달 시기별 이해도가 다름을 감안해 성경을 친숙하게 느끼고 즐겨 읽도록 성경 내용과 접하는 방식 다르게 해야 청소년기에는 삶과 말씀을 연결지어 예수님 시선에서 길 찾도록 도와줘야 “저는 중학생 딸을 둔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가 어릴 때 전래 동화를 읽어줘도 호랑이나 괴물 같은 대상이 나오면 무서워했는데, 어린이 성경을 읽어 줄 때도 무섭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잘 안 읽어줘서 그런지 요즘에는 제가 성경을 읽고 있으면 ‘엄마는 그 재미없는 걸 어떻게 읽어?’라며 미간부터 찌푸려요. 제가 말씀 안에서 받았던 위로와 은총을 아이도 느낄 수 있게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거대한 보화이자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거대한 사랑의 역사가 담긴 거룩한 책입니..

인간중심 교리 2021.12.30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102)마음과 영혼 돌보기 (하)

요즘처럼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비관적으로 표현하는 속어가 넘쳐나는 때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 등장한 용어는 삼포세대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좀처럼 연애를 하지 않으려 하고, 만일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며,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려는 사회현상을 일컬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좌절감은 이 용어만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삼포에 덧붙여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 여기에 건강과 외모까지를 포기한 칠포세대, 희망과 인간관계까지도 포기했다는 구포세대, 마지막으로 꿈도 없고 희망도 없는 이 삶 자체를 포기한다는 10포세대(완포/전포세대) 등의 용어가 등장했다. 포기할 것은 계속 나오는데 숫자로 표현하기도 귀찮다는 의미에서 2010년경부터는 N포세대라는 말로 이전..

인간중심 교리 2021.12.29

[세상살이 신앙살이] (315) 작은 일에 충실하기

개갑장터순교성지에 수도원과 순례자 쉼터 공사를 막 시작할 때의 일입니다. 포클레인이 와서 터 파기와 부지 정리를 한 후에는 잡석과 흙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작업복을 차려입은 여자분이 딱히 하는 일 없이 공사 현장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그분은 때가 되자 작업자분들과 점심 먹으러 가고, 오후에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가 일이 끝나자 집으로 갑니다. 가끔 차들이 지나갈 때면 뭔가를 하는 것 같은데 중요한 건, 그분에게도 하루 일당이 꼬박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그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그분에게 지급되는 돈이 아까워, 하루는 공사 현장 사무실을 찾아가 소장님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넌지시 물었습니다. “소장님, 공사 현장에 여자분이 계시는데,..

인간중심 교리 2021.12.27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101)마음과 영혼 돌보기 (중)

「활인심방(活人心方)」은 원래 중국 명나라 때 도가(道家)인 주권(朱權)이 지은 책이지만, 퇴계 이황이 자신의 의학지식과 철학사상을 담아 다시 기록한 양생서이다. 이 책에서 퇴계 선생은 병이 나야만 치료를 하는 서양의학적 접근을 하의(下醫)로 규정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술, 즉 상의(上醫)는 마음을 다스려 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혼이 병들어 치유가 필요한 상황이 되기 이전에 미리 마음공부를 통해 영혼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지혜롭다 할 것이다. 퇴계 선생은 자신과 이웃이 서로 화합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 중화탕(中和湯)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화는 중용(中庸)에서 강조한 의미로서 희로애락과 극단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중화탕은 30가지의..

인간중심 교리 2021.12.24

[세상살이 신앙살이] (314) ‘집 밥 식당’과 어머니 마음

개갑장터순교성지에 ‘수도원과 순례자 쉼터’를 짓기 위해서 건축비 마련의 일환으로 인근 본당 주임 신부님 도움으로 굴비를 팔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굴비를 원가로 넘겨주셔서 굴비 판매 수입에 큰 도움을 주신 그 본당의 사목회장님을 만나러 굴비 가공 공장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날도 물건을 납품하시느라 정신이 없던 사목회장님을 만나 여러 의견을 나누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에 사목회장님은 근처에 ‘집 밥’ 같은 식당이 있으니, 가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식당에 갔는데, 그곳은 아침과 점심까지만 영업을 하였고, 외국인 노동자분을 포함해서 여러 분들이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식탁에 앉은 후 벽에 적힌 메뉴를 보는데 ‘오늘의 백반’이 있었고, 가격은 8000원이었습니다. 주문..

인간중심 교리 2021.12.21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8) 하느님에 대한 아이의 물음, 어떻게 대답해야 하죠?

때론 과학적 원리나 답 설명하기보다 하느님 관점에서 의미 설명이 효과적 질문에 수용적인 태도로 귀 기울이고 모르는 것은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아 하느님 사랑에 관한 표현 자주 들려줘 자비로운 하느님 상 갖도록 도와줘야 “여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아이가 가끔 제가 대답하기 곤란하고 어려운 질문을 합니다. 하느님에 대해 묻기도 하고, 자기 존재에 대해 질문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하느님은 하늘에 살아?’, ‘(엄마 아빠 연애 때 사진을 보며) 나는 왜 여기 없어?’와 같은 질문들이요. 마음 같아선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잘 대답해주고 싶은데, 저는 교리도 잘 모르고 알려준다고 해도 아이에게 부정확한 내용을 전해주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망설여집니다.” 체험하고 인지하는 세계가 점점 확장되면서 유..

인간중심 교리 2021.12.18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100)마음과 영혼 돌보기 (상)

오래전부터 동양의학에서는 모든 질병의 근본적 원인을 마음에서 찾았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결국 질병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오늘날 말로 표현하면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말과도 같다. 어떤 사람들은 병의 원인을 정확히 모를 때 이 말을 쓰는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하지만 현대의학이 발달한 오늘날 이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한때는 질병의 원인을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찾으려 노력했기에 현대의학이 발전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과학의 발달로 특정 질환이 유전자 변이를 통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를 공격하여 질환을 유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치료법이 개발되어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병..

인간중심 교리 2021.12.17

[세상살이 신앙살이] (313) 간절함의 기적

며칠 전 나에게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신부님, 대모님이 너무 아프셔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많이 심각하신 것 같아요.” ‘아, 그분의 대모님이라!’ 대모님이라는 분은 내가 예전에 새남터본당 주임 신부로 있을 때 종종 순례를 오셔서 알게 되었는데 연세는 70대 중반이며, 키는 작고, 정말 깡마른 분으로 기력은 없어 보이지만, 신앙의 힘은 올곧은 어르신입니다. 그 어르신은 성지에 와서 순례를 할 때마다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어르신은 내가 성지에서 나무를 심고, 정원을 손보고, 꽃을 가꿀 때면 ‘하느님은 농부셔요, 그래서 우리 신부님도 농부 일을 하시네요’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음료수를 내게 건네주고는 후다닥 사라지곤 하셨습니다. 가끔은 몇몇 대녀분들과 함께 성지..

인간중심 교리 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