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교리 1046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99)폭력 없는 세상은 가정으로부터 (하)

가정에서의 폭력은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성적, 경제적 폭력과 방임으로 구별된다. 신체적 폭력은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를 이용해 신체를 직접 때리는 일, 혹은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몸을 세게 움켜잡으며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방에 가두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하며, 만일 폭력으로 몸을 다쳤는데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보내지 않아도 신체적 폭력에 해당된다. 언어적 폭력은 욕설, 폄하발언, 비방, 허위사실 유포, 협박 등이 해당한다. “대체 누구를 닮아서 공부도 못하고 말을 안 듣냐?”와 같은 말은 언어적 폭력이다. 또한, 별명 부르기, 욕설하기, 앞뒤에서 흉보기, 부모님을 비난하며 말하기, 신체적으로 놀리기, 약점 가지고 놀리기 등도 언어적 폭력에 해당한다. 정서적 폭력은 폭언, 무시, 모욕과 ..

인간중심 교리 2021.12.12

[세상살이 신앙살이] (312) 6000원 때문에…

예전에 개갑장터순교성지 외부 정지 작업을 위해 수도원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흘 동안 4명의 형제들이 와서 그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공소에서 사흘을 지내는 동안, 잠자리도 불편하고 세면이나 샤워도 야외 화장실이나 외부 주방에서 해야 할 환경이었지만 형제들은 불평 없이 지내주었습니다. 일을 다 마치고 마지막 날 점심은 외부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나와 함께 사는 신부님, 그리고 4명의 형제들은 함께 나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고생한 형제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지만, 형제들은 우리의 사정을 알고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하기에 6000원짜리 가정용 백반 집을 찾아갔습니다. 성지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를 가면 ‘00네 집’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한 끼 식사비가 6000원인데 반찬은..

인간중심 교리 2021.12.07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98)폭력 없는 세상은 가정으로부터 (중)

가정폭력이 무엇일까? 이 질문을 받게 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바로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이며 신체적인 폭력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물리적으로 힘이 센 남편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아내에게 가하는 신체적인 폭력이 생각난다. 하지만 가정폭력의 개념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 가정폭력은 모든 가정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부부간에, 자녀들에게, 그리고 부모를 향해 가해지는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 성적, 그리고 경제적 폭력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인간은 자신을 방어하고 생존하기 위해 ‘공격성’이라는 속성을 진화를 통해 발전시켜 왔다. 즉, 공격성은 음식을 얻기 위한 수단이며 동시에 타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

인간중심 교리 2021.12.04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7) 아버지의 이름으로

육적인 양육만큼 중요한 영적인 양육 요셉 성인의 모습 통해 배울 수 있어 난관에도 자신의 약함 받아들였기에 두려움 안에서도 하느님 계획 이뤄져 내어주는 사랑 보여준 요셉 성인처럼 영육 간 양육 모두 살피는 아버지 되길 “신부님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저는 가족들이 깨기 전에 출근해서 잠든 후에야 귀가하기 때문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생활 대부분을 아이 엄마가 도맡고 있지요. 제 입장에서는 그런 아내를 늘 믿고 지지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와 아이는 제가 가정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 좀 더 노력하려는데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아이의 신앙에 있어서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과 자녀들..

인간중심 교리 2021.11.30

[세상살이 신앙살이] (311) 청개구리와 군인정신

예전에 1박2일 일정으로 어떤 신학생이 공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전역한 지 이삼 년쯤 지난 듯 한데도 외모나 말투, 행동에서 군인 티(?)가 나는 신학생이었습니다. 그 신학생과 나는 동네 갯벌로 가서 맑은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겼는데, 산책 도중 신학생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는 군대 생활을 하는 동안 재미있었고, 특수 훈련을 나가거나 전술 훈련을 할 때면 신바람이 날 정도였답니다. 그러다 전역하고 신학교에 복학했는데, 군인 정신(?) 덕분에 신학교 생활은 편했지만 때론 자신의 성소가 ‘군인’이 아닐까 고민을 했다는 겁니다. 우리는 ‘꿈’과 ‘성소’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대화중에 그 신학생이 말했습니다. “군 생활이 즐겁고 재미있게 느껴지다 보니, 직업군인이..

인간중심 교리 2021.11.25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97)폭력 없는 세상은 가정으로부터 (상)

2003년 7월 5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문화관에서 ‘가정의 미래, 교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여기서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K소장은 ‘한국 가정의 위기 진단- 이혼 현상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고 나는 이 발표에 대한 논평자로 참석했다. K소장은 한국 가정의 위기를 진단하면서 이혼율이 높아지고 가정이 해체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가부장적인 가정문화와 가정폭력을 꼽았다. 그는 전통적으로 남계 혈통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를 고수하는 한국사회가 점차 새로운 양성평등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혼율이 자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였다. 게다가 남성 중심의 사회적 특권을 누리는 남성들은 오직 여성에게만 가사와 양육에 대한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았..

인간중심 교리 2021.11.22

[세상살이 신앙살이] (310) 말벌과 신부님 마음(하)

사나워진 말벌들이 사라진 후 피해 상황을 봤더니, 동창 신부님은 도망가는 순간 ‘피에타 성상’ 옆에 있는 소나무 가지를 머리로 들이받아 두피가 긁혔고, 오른쪽 무릎이 말벌침에 쏘였습니다. 아침부터 폭풍 잔소리를 할 때는 ‘남의 속도 모르는 동창 신부’라고 야속했는데, 말벌에 쏘이고 두피가 긁혀 피가 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에 작업을 멈추고, 나는 동창 신부님을 데리고 병원에 갔고, 거기서 신부님은 주사를 맞았습니다. 사나운 말벌에 쏘이면 아플 텐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 동창 신부님! 그 앞에서 나 역시 백신 주사를 맞은 팔의 근육통이 왔지만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성지로 돌아와 작업을 마무리 했고, 주변 정리와 작업 도구를 챙긴 다음에 공소로 출발했습니다. 돌아오는 ..

인간중심 교리 2021.11.18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96)자신과 타인 그 관계의 딜레마 (하)

실비아의 종교적 신념 자체가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태도가 정서적 불안과 함께 신체화 증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예수님의 말씀은 억눌린 이들에게는 자유와 해방을, 병자들에게는 영육간의 치유를 주시는 생명의 말씀이 아니겠는가? 예수님의 말씀이 신경증의 원인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실비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잘못 이해했거나, 아니면 생활에 잘못 적용함으로 인해 문제를 갖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비아는 12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랐다. 계모는 실비아의 양육보다는 오로지 집안일을 시키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밥 짓는 일부터 시작하여 빨래와 청소 그리고 의붓동생을 돌보는 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집안일은 실비아에게 도맡겼다...

인간중심 교리 2021.11.16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6)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꼭 보내야 하나요?

지식 전달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신앙 인격적 존중 토대로 맺는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모상성인 ‘인품’ 배우며 확장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전례와 기도 삶의 중심 잡는 영성적 능력도 키워 “신부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이들을 꼭 주일학교에 보내야 하나요? 저희 가족은 평소에도 함께 기도하고, 미사도 늘 잘 참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 안에서도 아이들에게 교리나 복음과 관련된 물음에 답도 해주고 관련된 이야기도 잘 나누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주일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자녀들의 신앙을 이어주는 데 있어 교회와 가정의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에게 신앙을 이어주는 것은 복음화라는 교회 전체 사명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첫째가는 가장 중..

인간중심 교리 2021.11.13

[세상살이 신앙살이] (309) 말벌과 신부님 마음(상)

“석진아, 지난봄에 다 못한 소나무 전정 작업을 하려고 내일 고창 내려갈께.” 며칠 전 토요일 저녁에, 서울에서 특수 사목을 하는 동창 신부님의 반가우면서도, 휴- 걱정스런 전화가 왔습니다. ‘왠 걱정?’이냐면, 동창 신부님은 늘 그렇듯, 작업할 땐 즐겁게 하는데, 한 가지! 내가 노는 꼴(?)을 못 봅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과 함께 있으면 나는 모든 일을 다 멈추고, 일주일 내내 그 신부님과 기쁘면서도,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순간, 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 신부님과 일주일 동안 작업하는데 그 주간 월요일, 나는 ‘백신 2차 접종’이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2주 전에 접종을 할 예정인데, 백신 공급 사정상 2주가 미뤄진 것입니다. 이에 백신 접종 핑계로 주사를 맞은..

인간중심 교리 202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