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3일 나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이동축일)
오늘은 한국 천주교 신앙의 뿌리를 더욱 깊이 내리도록
자신의 목숨으로 신앙을 수호한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순교자의 후손들로써,
우리는 순교라고 하는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습니까?
사실 진정한 의미의 순교는 박해가 전제가 됩니다.
박해가 있을 때, 우리는 신앙에 있어 가난한 처지가 되고,
신앙의 자유가 박탈 될 때,
비로소 하느님을 예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박해가 끝나게 되면,
우리는 이내 신앙과 예배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고
신앙의 자유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서 이내
‘순교’라는 단어가 역사책에나 나오는
고리타분한 용어로 전락하고 맙니다.
순교자의 후손이기 때문에
순교영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영성이라는 말은
그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학문이 아니고,
영성은 실천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순교영성을 순교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순교는 하느님 향한 사랑이 전제가 됩니다.
사랑이 없다면 순교는 아무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헛되이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1220년 아직 성 프란치스코가 살아 있을 때
작은형제회에서는 이슬람 지역인 모로코로 선교를 간
다섯 명의 형제들이 순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형제들의 순교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가 작은형제회로
입회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순교자들의 영광을 기리며 엄청난 순교적 열망이 교회 안에 일어납니다.
특히 작은형제회 수사들은 첫 순교자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됩니다.
이때, 성 프란치스코는 형제들에게 이렇게 권고 합니다.
“성인들은 이렇게 업적을 이루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그저 이야기하고
설교만하며 영광과 영예를 받기 원하니,
이것은 하느님의 종들인 우리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즉, 순교자들을 입으로 자랑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라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과거 순교자들을 영광만을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서 순교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내게 주어진 십자가를 어떻게 질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내 삶에 있어 십자가를 지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마음을 가집니까?
우리는 흔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십자가를 진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미 이러한 표현 안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빠져 있고
고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감정만 남아 있게됩니다.
하느님 사랑 때문에 십자가를 지는 것일 터인데.
십자가를 진 우리의 마음에 “사랑”이 없다면,
그 십자가는 단지 고통과 아픔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십자가를 지는 것이
마지 못해서 하는 행위가 되고
그저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 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십자가를 지는 것에 앞서
그리고 순교하고자 하는 마음에 앞서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생활비가 다 떨어진 과부가
두 자녀를 데리고 동네 분식집에 가서
만두를 시켜주면서,
돈이 모잘라 정작 자신을 먹지 못하고
음식을 먹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내려놓는 어머니의 마음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고
신장병을 앓고 있는 40대 아들
결혼생활에 실패한 이 중년의 아들에게
자신의 신장을 내어준 70세 아버지의 사랑이 예수님의 사랑인 것 입니다.
(이분들 모두 실제로 제가 아는 분들의 이야기 입니다.)
바로 이러한 사랑을 두고
사랑 때문에 기꺼이 “십자가를 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 크신 사랑 때문에
그 사랑을 체험한 우리는 기꺼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게 됩니다.
오늘 기념하는 한국 순교자들도
하느님 사랑 때문에 자신들의 십자가를 지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십자가의 고통보다는
“하느님의 사랑”을 먼저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박동현 제노 신부 (대전교구 목동성당 보좌)
'강 론 말 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복음묵상 (0) | 2018.09.28 |
|---|---|
|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0) | 2018.09.26 |
| 2018년 9월 23일 나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0) | 2018.09.23 |
|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복음묵상 (0) | 2018.09.22 |
| 성 마태오 복음사가 축일 복음묵상 (0) | 2018.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