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심리학적 성경묵상

마태오 26장 47절 ~ 56절 외로움

dariaofs 2019. 3. 29. 01:00

이 복음은 주님의 인생에서 참으로 당혹스럽고 어려운 시간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드디어 당신을 노리던 사람들이 찾아와서 당신을 수난의 길로 끌어가려는 순간 말입니다. 


그 후의 고난에는 어느 정도 체념하고 적응하셨기에 덜 힘겨우셨을 것입니다.  사람은 고통의 초기단계를 가장 힘들어하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에 주님이 가장 힘들어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당신을 함부로 대한 것?  사람들이 칼과 몽둥이를 가지고 와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것?  유다가 배신 한 것?  베드로가 칼질을 해댄 것?  어느 것일까요?

 

  주님이 가장 괴로워하고 힘들어하신 것은 제자라는 놈들이 다 주님을 버리고 혼비백산해서 도망질을 친 것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상실한 것과 같은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이혼, 부도, 시험의 실패 등등,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인생의 실패를 맛볼 때 사람들이 떠나 버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내 자신이 괴로워서 삶들을 피하는 것이 반이고 반대로 사람들이 무슨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부담스러워서 나를 피하는 것이 반인데, 여하간 내 인생이 꼬이면 사람들이 다 나를 버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 시기에 가장 괴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로움 이라고 답합니다.  세상에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안정제와 같은 약물이나 알코올을 선택하고 심지어는 외로움에 사무쳐 세상에서 버림 받았다는 비참한 마음에 밀려서 자살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고통은 반드시 끝이 있습니다.  아무리 길어 보이는 터널이더라도 반드시 끝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삶이 힘겨울수록 더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 잘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여서 터널을 지나는 동안 잘 견뎌내야 합니다.

 

  긴 터널을 나오고 나면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주변에 생각보다 좋은 이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게 등을 돌린 사람들만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다시 제자리를 찾기를 기도해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른 친밀감을 형성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이 겪어낸 고통의 과정에 대한 존재론적 깨달음, 즉 자신의 고통과 시련이 자기인생을 좀 더 성숙하게 하였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또한 그동안에는 남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길 바라며 살았는데 이제는 자기행복을 스스로 만들며 살아가야 한다는 자기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우울함이니 외로움이니 하는 감정적인 짐에서 벗어나 자족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신 말씀의 의미는 바로 이런 은총의 시간을 주시기 위한 메시지였습니다.

 

  사람은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 이상은 실패를 합니다.  그러나 그 실패가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의 시간이란 것을 잊지 마셔야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당신의 온몸으로 보여주신 그 실례가 바로 이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은 실패의 영성을 가르치는 교과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