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를 사귀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고 할 때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것일까요? 보기를 두 개 들이지요. 하나는 '나를 잊어주세요. 나와 함께 한 모든 일들을 다 삭제해주세요'. 이고, 다른 하나는 '나를 잊지마세요. 결혼은 하지만 내가 사랑한 것은 당신이에요' 중에 답은 놀랍게도 두 번째라고 합니다.
왜 그런가? 사람이 가진 욕구 중에 남들이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는데 이 욕구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입니다. 남이 나를 기억해주는 것이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오랜만에 만나는 신자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입니다. 그 질문에 "아, 알지요. 자매님을 몇 년전 어느 본당에서 뵈었지요" 라고 하면, 그 신자 분은 동네방네 다니면서 훌륭한 신부님이라고 자랑합니다.
왜냐? 그 훌륭한 신부가 기억하는 것이 바로 자기라는 뒤 자랑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만약 "누구시더라" 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워낙 오래되어서 잘 모르시는게 당연하시지요" 라고 하면서도 섭섭해서 화장실에가서 개자식 소 자식하고 욕을 하고 나옵니다.
남이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 이유는 나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태어났는데 아무도 나를 모른다,
소위 무명씨로 살다가 무명으로 죽는 잊혀진 존재가 된다는 것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나를 몰라주는 것이 너무나 싫을 때 남의 나라 유적지에 한글로 자기이름을 새기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자기 존재감을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또 친구나 애인에게 선물을 주는 것, 역시 자기 존재감을 기억해달라는 무언의 부탁입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준 선물을 친구가 다른 사람에게 주었을 때 울컥화가 나지요. 나의 존재감을 없애버린 것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만큼 인간은 남의 기억에 남고 싶은 욕구가 강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내가 누군가의 사랑과 신임을 받고 싶다면 상대방을 잘 기억해주면 되겠지요. 아무리 못생긴 남자라도 여자의 생일과 그녀 부모의 생일까지 기억해주면...
주님께서는 빵과 포도주로 만찬례미사의 원형을 구현하고 계십니다. 당신이 돌아가실 때가 임박하였는데 왜 이런 자리를 마련하셨을까요? 제자들이 만찬례를 할 때마다 당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면, 당신을 기억해드리는 미사참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입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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