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제자들과 식사를 하시다가 갑자기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은 저마다 근심하며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라고 말했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도둑이 제발이 저리다는 말처럼, 사실은 제자들이 자기 스승을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을 가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을 팔아넘기려는 생각을 유다 혼자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은 생각만 했을 뿐인데, 유다는 구체적인 계획하에 주님을 팔아넘길 준비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니겠지요" 라고 했습니다.
유다는 왜그런 말을 했을까요? 유다가 예수님을 속이려고 한 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다는 자기가 예수님을 팔아넘기려고 했으면서도, 자기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것에 스스로 현실감을 갖지 못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사람은 때로 내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두고서 마음과 몸이 따로 논다고 하는데, 이것은 자기가 자기를 너무 심하게 미워하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어떤 사람이 잘못하였을 때, 그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 미워하고 따돌리면, 잘못한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더 미운 짓을 골라서 하게 되는 것처럼,
자기가 자신을 미워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미운 짓을 하게 되고 또 그런 미운 짓을 하는 자신을 다시 더 미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저지르는 일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엇인지 모를 힘에 밀려서 하게 된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다 네가 그렇게 하였기 때문이야" 하면서 말입니다.
유다의 입장에서는 주님이 무엇인가 제대로 살지 못해서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하는 자신을 주님이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란 말입니다.
유다의 그런 마음은 주님을 팔아넘기고 난 후, 제사장을 찾아가서 은전을 던지고 목을 매어 죽어버린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은 유다의 이런 상태를 아시면서도 약간의 매정한 태도를 보이십니다. 네가 그렇게 하는 것은 네 의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고 하시면서 약간 질책하시는 말씀을 하십니다.
왜 그러셨는가? 유다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려는 의식이 약한 것을 염두에 두시고 유다가 자신의 선택에 분명한 의식을 가지도록 치료 차원의 피이드백을 주셨습니다.
즉 그동안 자신이 잘못하고도 늘 다른 사람 탓을 하는 습관을 가진 유다에게 따끔한 직언을 해줌으로써 악습을 고쳐주시려고 하신 것입니다.
주님은 당신을 팔아넘기려는 유다를 성격적인 불구자로 보시고 끝까지 고쳐주시고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런 주님의 마음을 나중에서 알게 된 유다가 후회하고 은전을 버리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됩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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