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주님게 파스카음식을 어디에 차렸으면 좋겠는가하고 묻습니다. 파스카 음식이락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축제의 음식이지만 주님의 입장에서는 사실 사자밥과 같은 것이지요. 당신이 이 세상에서 드실 마지막 음식이니 말입니다.
자, 여러분이 만일 주님의 입장이라면 어떤 마음이 드실 것 같습니까? 누가 여러분에게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어디서 하실 것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말은커녕 눈물, 콧물이 흘러나오고 자신의 슬픈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어하겠지요. 주님 역시 마음이 그리 편치 않으셨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주님은 하느님이시라서 당신의 죽음에 별로 개의치 않으셨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겟세마니(Gethsemanei) 동산에서 피눈물을 흘리시면서 죽음의 길을 피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신 것으로 보아, 제자들에게 상을 준비시키시는 주님의 마음이 편하실 리가 없으실 것이란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주님은 편안한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도대체 어떤 마음이셨기에 그렇게 편안한 모습을 취하실 수 있었을까요? 주님뿐만 아니라 가끔 생과 죽음에 대하여 초월한 것 같은 사람들을 보곤 합니다.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을까요?
심리학적 용어로 대상향상성이 성취되면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대상향상성이란 무엇인가? 내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대상들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좋아짐을 말합니다.
유아기 때 아이들이 '그것은 내거야' 하는 말을 하기 시작할 때가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어른들은 내심으로 '아휴, 저게 커서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저러나' 하며 걱정들을 하십니다.
그러나 내 것이 무엇이고 네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좋은 대인관계를 형성하는데 참으로 중요합니다.
아이는 내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하여 자율성을 성취하고, 자신만의 경계선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대상향상성이 성취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부모가 자신에게 기쁨을 주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고, 세상이 불완전한 것이란 것도 알게 되지만, 부모나 세상에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세상이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자기 자신 안에도 양극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대상에 대한 생각들이 성숙해 간다는 것입니다.
대상향상성이 성취되는 가운데 균형 잡힌 의지력이 생기게 됩니다. 즉 적절하게 잡는 법과 적절하게 놓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노력해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손을 놓을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게 됩니다.
성실과 사랑에 대하여 심리적으로 좋은 기반을 가지게 되며, 삶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담담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대상향상성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이나 현자라고 부르고 그보다 좀 낮은 단계의 사람에 대해서는 어른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이런 대상향상성이 미숙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는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됩니다.
영어로 all or nothing이라고하지요. 이런 분들은 대개 성격장애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주위사람들을 달달 볶아대고 피곤하게 만드는 미숙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왜 나만 죽어야 해, 왜 나만 병들어야 해, 왜 우리 자식만 이래야해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고 자신만의 아픔에 몰입하는 미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까운 사람이 죽었어, 그거 잘 죽었다, 죽고 난 후에 둘 중 어느 소리를 듣게 될지는 나의 삶이 어떠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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