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마지막 날인 오늘은 예수회의 창립자 성 이냐시오 축일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의 비유를 우리에게 들려 주십니다.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마태 13,44)
예수님은 하늘 나라를 밭에 감추어진 보물로 비유하십니다. 이 보물을 발견한 이는 당장 달려가 모든 재산을 다 팔아 보물이 숨겨진 밭 전체를 살 겁니다.
힘껏 찾아온 보물을 발견한 마당에 재산이 문제겠습니까? 거기에 다 쏟아붓고 올인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횡재라 여기겠지요.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마태 13,45)
그런데, 가만! 방금 들었던 '하늘 나라 - 보물' 비유 공식에 비추어 본다면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와 같다'고 해야 할 듯한데, 그게 아니라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고 하십니다.
하늘 나라를 "좋은 진주"가 아니라 "상인"에 비유하신 겁니다. 아마 그냥 지나쳤다면 놓칠 뻔했을 의미가 있는 듯하네요.
하늘 나라는 보물이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이라면, 우리는 그 보물의 발견자이고 좋은 진주가 됩니다. 이렇게 하늘 나라와 우리는 서로를 찾고 있습니다. 탐색하고 추구합니다.
어느 한 쪽도 정지상태로 고정되어 상대가 다가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양쪽 다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서로를 향해 움직입니다.
하늘 나라는 때에 따라서 간절히 추구하는 이들에게 발견되고, 취득되고, 소유되기도 하지만, 또 때에 따라서는 "좋은 진주"를 찾아 나서고 발견하고 취득하고 소유합니다. "값진 진주"인 이들이 하늘 나라에 소유되는 것입니다.
하늘 나라는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이, 발견한 이를 맞이하는 장소, 공간 개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아 움직입니다.
제1독서는 하느님과 다시 계약을 맺은 모세가 증언판 두 개를 들고 시나이산을 내려오면서 시작됩니다.
"모세는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어 자기 얼굴의 살갗이 빛나게 되었다"(탈출 34,29)고 합니다. 그 빛은 모세 자신의 인간적 빛이 아니라 분명 하느님으로 인한 빛입니다.
그분 영광의 빛을 머금고 그 잔영에 물들어 나오는 광채였을 겁니다. 마치 타볼산에서 거룩한 모습으로 빛난 예수님에게서처럼, 자연적인 현상을 넘어서는 그 빛은 그가 누리는 하느님 현존과, 그분과 맺는 관계성을 드러냅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당신의 영광을 모세에게 나누어 주신 것이지요.
"모세는 주님과 이야기하러 그분 앞으로 들어갈 때는 너울을 벗고 나올 때까지 쓰지 않았다."(탈출 34,34)
모세가 백성들 사이에 있을 때는 너울로 얼굴을 가리지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경감시키려는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들이 아직 주님의 영광을 누릴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모세가 주님 앞에 머무를 때는 너울을 벗었다고 합니다. 주님과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 맨 영혼의 민낯을 숨김없이 드러내어도 괜찮은 사이기에 그랬을 겁니다.
주님과 모세는 서로에게 활짝 열려 있는 사이입니다. 서로를 찾고 대화하고 사귀는 사이입니다. 이는 조물주와 피조물이 맺는 최고 경지의 친밀감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처음, 불타되 타버리지 않는 떨기나무에서 모세를 부르신 하느님은 몸소 "좋은 진주"를 찾아나선 하늘 나라이십니다.
거듭 주저하고 거부하는 모세를 설득해 조력자 아론까지 붙여 주시는 적극성도 하느님에게서 드러나지요. 당신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낼 준비된 도구, 좋은 진주를 찾은 상인답게 그에게 올인하십니다. 그리고 신뢰와 힘을 아낌없이 퍼부어 주시지요.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에 스스로 다가갔다가 주님께 붙잡힌 순간부터, 모든 일을 그분과 상의하고 여쭙니다. 그에게는 하느님께 감추어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는 자기가 발견한 보물(하늘 나라, 주님)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이제 모세에게는 자아, 자기 뜻, 자기 이익, 자기 영광이 없습니다. 오직 주님의 뜻을 받아들여 전하고 움직일 뿐입니다.
주님과 모세는 서로를 찾고 발견하고 얻었습니다. 그래서 한 팀이 되어 이스라엘 민족의 파스카를 이끌어 내지요. 거기에는 일개 피조물에 불과한 모세를 당신의 상대로 들어높이시고 존중하고 사귀신 주님의 겸손이 깔려있습니다.
모세 역시 주님께 겸손히 순종하지요. 조물주와 피조물의 상호적 겸손이 이 관계를 가능케 한 것입니다.
하늘 나라는 우리의 모든 걸 걸어도 아깝지 않은 보물입니다. 감추어져 있지만, 평소 부단히 추구하고 애써 찾던 이들의 눈에 보이는, 보이기를 갈망하는 실재입니다.
또 하늘 나라는 하늘 나라를 위해 헌신할 가치로운 자녀들을 찾아 나선 상인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발견할라치면 가진 모든 걸 맞바꾸더라고 그를 꾀고 달래고 껴안아 데려옵니다.(호세 2,16 참조) 그와 얼굴을 맞대고 사귀시며 그를 빛나게 하셔서, 그와 함께 하늘 나라를 확장하십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그러니 우리는 하늘 나라를 발견하고 기뻐 뛰는 발견자인 동시에, 하늘 나라의 손 안에 들어간, 하늘 나라에 사로잡힌 귀한 진주입니다.
비천하고 죄인이고 보잘것없는 우리를 당신 영광의 빛으로 꾸미시어 당신 일을 하도록 초대하신 주님의 겸손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기적을 온 존재에 입고 사는 존재입니다.
하늘 나라는 바로 이런 가난한 우리들을 통해 확장되어 갑니다. 우리는 하늘 나라를 움켜쥐었고, 동시에 하늘 나라에 포획되고 사로잡히고 점령되었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이냐시오 성인도 이렇게 하늘 나라라는 보물을 찾아 얻은 분이십니다. 오늘도 하늘 나라를 꿈꾸며 찾는 기쁨의 하루 되기를 축원합니다. 아멘.
주여 나를 받으소서.
나의 모든 자유와 나의 기억과 지성과 의지와, 저에게 있는 모든 것과 제가 소유한 모든 것을 받아주소서.
주님께서 이 모든 것을 저에게 주셨나이다.
주여, 이 모든 것을 주님께 도로 바치나이다.
모든 것이 다 주님의 것이오니 온전히 주님의 뜻대로 주관하소서. 저에게는 주님의 사랑과 은총만을 허락하소서. 저는 이것으로 만족하리이다. (성 이냐시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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