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쫒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루카 9,1).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위한 사업에 열두 제자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참여시키십니다. 당신께서 하시는 일, 즉 구마와 질병 치유의 힘과 권한을 제자들에게도 나눠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보내시며"(루카 9,2).
하느님 나라를 고대하는 이들은 이 지상의 삶이 완전한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입니다.
정도야 다르겠지만 크게 부족함 없이 살더라도 질병이나 천재지변, 사고, 죽음 등 인간에게 위협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실존적 불안을 초월하는 영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동경이 싹트기 때문이지요.
예수님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악의 권세를 크게 현실적 불안과 절망, 그리고 물리적 질병이라고 보신 듯합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기쁜 소식을 선포해 새 희망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영혼의 온전함을 되살리고, 질병을 치유해 육신의 온전함을 회복하게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당신의 일을 제자들과 나누어 더 많은 이들이 "되살이"를 체험하도록 하시는 겁니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었다"(루카 9,6).
제자들은 예수님의 분부를 들은 그대로 충실히 이행합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적게 지닌 만큼 홀가분하게, 머무를 곳에 머무르고, 떠날 때 떠나는 자유로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는 주님의 일을 이어갑니다.
제1독서에서는 에즈라의 눈물 어린 기도를 만납니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주신 모세의 율법에 능통한 학자"(에즈7,6)인 에즈라가 페르시아 임금의 허락으로 예루살렘에 다다라 "주님의 율법을 연구하고 실천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서 규정과 법을 가르치기로 마음을 굳"(에즈 7,10)힙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물론이고 사제들과 레위인들까지 이방 민족의 역겨운 짓을 따라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혼인하여 섞여 산다는 말을 듣자 넋을 잃고 주저앉게 되지요. 이어서 오늘 우리가 만나는 처절한 기도 부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저희 조상 때부터 이날까지 저희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살아왔습니다"(에즈 9,7).
먼저 에즈라는 민족적 비극의 원인을 하느님과의 계약을 어긴 자신들에게로 겸손히 돌립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종살이하는 저희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페르시아 임금들 앞에서 저희에게 자애를 베푸시어 저희를 되살리셔서"(에즈 9,9).
그리고 유배에서 해방되어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공을 전적으로 주님께 돌립니다. 주님 자애가 이스라엘 백성을 "되살렸음"을 고백하지요.
"되살림". 죽음과 같은 고통으로 곤두박질친 절망에서 다시 일으켜지는 은혜입니다. 유배와 상실과 수치의 고통을 겪어온 이스라엘이, 태초에 생명을 주셨던 하느님께서 다시 생명을 회복시켜 되살려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끝간 데 없는 추락이 밑바닥을 치고 상승의 전기를 맞이한 것과 같을 겁니다. 그 양극단에서 출렁이는 인간 실존에는 하느님의 손길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마귀 들린 이를 다시 온전하게 되살리고 질병에 시달리던 이를 건강하게 되살리는 일. 삶의 의미와 목표 없이 부유하고 표류하던 이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 삶의 활력과 원기를 되살리는 일.
태초부터 하느님께서 하셨던 일이고, 성자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하신 일이며, 부족한 제자들에게 위임해 참여시키신 일입니다.
복음 선포, 치유의 힘과 권한을 위임받은 교회(우리)는 되살리시는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그 파견 목적에 부응하려면 더 덜어내고 더 내려놓고 더 머무르고 더 용서해야 하지요.
보잘것없는 도구들인 우리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이 이어진다니 놀랍습니다. 실제로 아무 자격이 없는 우리지만, 그러나, 그저 한 말씀만 잊지 않고 나아가면 됩니다.
"정녕 저희는 종입니다"(에즈 9,9).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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