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사의 말씀은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요한 3,8).
하느님의 숨, 기운, 바람은 성령을 가리킵니다. 성령을 받은 이, 성령의 사람은 매인 데 없이 자유롭게 하느님의 뜻을 향해 움직이지요. 성부, 성령과 하나이신 예수님이 바로 그러하십니다.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3,14-15).
누구보다 자유로우신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곳은 "십자가 위"입니다. 세속적 영광에로 '들어높여짐'이 아니라 당신을 믿는 이들의 죄를 대속해 구원을 안겨 주시려는 자발적 '들어올려짐'입니다.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라면 대개는 주어진 자유를 자기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서 쓰고, 조금 더 관대하게 가족, 친구, 지인, 자기 편을 위해 사용하겠지요.
그런데 예수님은 온전한 자유로 죽음을 선택하고 받아들이십니다. 그 희생의 목적은 믿는 이들의 영원한 생명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초대 교회 신자 공동체의 생활상을 보여 줍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32).
공동 소유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당히 낯선 개념입니다. 기초생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수도자들의 덕목 정도로 국한해서 생각할 정도지요.
이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새로운 길"에 들어선 이들이 자청하여 가진 것을 내놓고 함께 누렸다니 참 놀랍습니다.
어떤 제도나 이념이 강제하지 않는 상태에서 온전한 자유로 소유를 공유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고백하는 영적 형제자매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소유를 처분하거나 활용하는 일은 온전히 소유자의 자유 영역이니 제 유리한 대로 사용한다 해도 누가 뭐랄 수 없지요.
그 소유한 바를 모두를 위해 기꺼이 내어놓고 필요한 만큼만 나누어 받는 것은 온전한 자유로 공동선 추구하는, 성숙함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룩한 결단일 것입니다.
"모두 큰 은총을 받았다"(사도 4,33).
모두, 누구도 소외됨 없이 큰 은총을 누렸다고 하니,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 벅찬 말씀인지요!
사실 악이 탐욕과 이기심, 질투와 욕정을 거느리고 인간 세상에 스며들기 전까지 하느님께서 당신 모상으로 지으신 우리 모든 인간은 그렇게 은총을 누리고 만끽했습니다.
차별과 소외, 착취와 수탈로 소유의 불균형이 시작되고 권력과 기회의 치우침이 심화되면서 인간은 받은 은총을 누리지 못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불안과 빈곤, 질병과 죽음의 위협,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가 은총을 누리던 복된 상태에서 우리를 점점 더 멀리 떼어놓고 말았지요.
"그들 가운데 궁핍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사도 4,34).
받은 이는 궁핍에서 벗어나고, 그렇다고 내놓은 이가 궁핍해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얻은 이와 덜어낸 이가 함께 더불어 자유를 얻지요. 복음 속 예수님과 독서 안 신자들의 모습에서 모든 걸 훌훌 털어낸 홀가분하고 큰 자유가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벗님! 부의 극단적 치우침 현상이 함께 더불어 은총을 누려야 할 인간 삶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오늘날, 말씀이 우리를 새 질서로 초대하십니다.
예수님처럼 목숨을 내놓거나 초대 교회 신자들처럼 가진 걸 내놓는 건 아니라도 분명 각자의 영역에서 가능한 부분이 있겠지요.
예수님이 그러하셨고 신앙의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자유는 비움의 산물입니다. 불고 싶은 데로 부는 영의 바람에 실려 자유와 은총을 쟁취하고 누리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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