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사의 말씀은 착한 목자 예수님께서 당신의 양이라 부르시는 이들의 범위가 드러납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
예수님은 양들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치십니다. 양들을 목숨과 바꿀 만큼 사랑하시기에 그렇습니다. 이 대목에서 사랑으로 움직이는 착한 목자와 직업적 삯꾼이 구별이 됩니다.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요한 10,16).
예수님의 양 우리는 아직 닫히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내 양"이라 품으시는 범위는 무한합니다.
인종이나 국가, 민족, 성별, 직업, 나이, 능력 그 어느 것도 제한 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이 말씀은 선민사상으로 우쭐해있는 유다인들에게는 불편하고 못마땅한 진실이 될 겁니다.
제1독서는 이방인에게 세례를 베푼 것에 대해 따지는 유다교 출신 신자들에게 베드로가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일이 세 번 거듭되고 나서"(사도 11,10)
베드로 역시 다른 유다교 출신 그리스도인들처럼 율법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 큰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환시 안에서 "잡아먹어라" 하시는 하느님의 명령에 "절대 안 됩니다"를 세 번씩이나 반복한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율법에 대한 베드로의 고집과 하느님의 인내가 팽팽히 맞서는 대목입니다.
"내가 무엇이기에 하느님을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사도 11,17)
이방인들에게 성령께서 내리시자 베드로는 남은 한 점의 미혹마저 싹 털어내고 완전히 돌아섭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도 유다교 출신 그리스도인, 즉 할례받은 신자들과 "똑같은 선물"을 주시니 그가 감히 왈가불가 할 수 없지요. 성령은 그들도 하느님 백성이라는 하느님 뜻의 확실하고 명백한 증거니까요.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죽음은 단지 어느 한 지역, 어느 민족에게만 국한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목숨을 바치기로 작정하신 양들 안에는 단지 유다인이나 그리스도인만 포함되지 않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 이 세상에 존재했고 존재하며 존재할 온 인류, 모든 피조물이 잠재적이든 실제적이든 착한 목자의 양들입니다. 이 모두를 위해 예수님께서 기꺼이 당신 자신을 내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이 나를 아시고 나도 예수님을 압니다. 예수님과 나의 상호적 앎이 성부와 성자 사이의 앎과 같다고(요한14-15 참조) 하시니 우리가 의식하지 못해도 과연 그 앎과 사랑은 어마어마한 신비의 영역일 겁니다.
그렇게 우리를 뼛속까지 아시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뿐입니까?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셨지요.
우리가 스스로 잘 안다고 여겨,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결격이라 치부해 버린다면, 율법을 고수하느라 하느님 명령을 세 번씩이나 밀어낸 베드로의 고집과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예수님은 양 우리 문을 닫아버리지 않으십니다. 양 우리의 내부는 무한히 넓고 그 안의 양들도 엄청나게 다양하지요.
그 안에 받아들여지는 건 오로지 하느님 선택이니 우리 중 누구도 설익은 율법주의로 막아설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우리도 그 안에 있습니다!
우리 교회의 문은 열려있습니까? 닫혀 있습니까? 이방인이라 안 되고 죄인이라 안 되고 냉담자라 안 됩니까?
베드로와 초대교회 공동체가 이방인들을 받아들였듯이,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이 아직 문을 닫지 않고 기다려 주시니, 우리 교회의 문도, 우리 마음의 문도 열어놓고 기다립시다.
사랑하는 벗님! 벗님은 양들의 문 안에 들어와 있겠지요? 아니라구요. 괜찮습니다. 아직 열려 있어요. 그분이 문 앞에서 벗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니 어서 달려 들어가세요. 벗님이 안전하게 들어오는 것을 보셔야 그분도 문을 닫고 축제를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 주님의 우리 안에서 착한 목자와 함께 한 자리를 차지한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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