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5월 7일 부활 제4주간 목요일

dariaofs 2020. 5. 7. 03:57



오늘부터 3주간에 걸쳐 우리는 예수님께서 최후만찬 중에 제자들과 나누신 대화(요한 13 -17장)를 묵상합니다. 오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다음 들려 주시는 말씀으로 제자들이 겸손한 봉사의 삶을 살아라고 당부하시며,


당신이 '섬기러 오신 메시아'이심을 다시한번 보여주십니다. 이 미사의 말씀에서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시작해 우리에게까지 이어진 관계의 끈을 관상합니다.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요한 13,16-17).

예수님께서 행복의 비결을 일러 주십니다. 곧 자기 분수를 알면 행복하다는 것이지요. 자신에 대한 자각,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슨 힘으로 살아가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아는 사람은 아는 것을 삶으로 표현합니다. 진실한 자기 인식은 겸손의 첫걸음이지요.

제1독서에서 언급된 세례자 요한이 그 모범입니다.

"그분께서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사도 13,25).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닦기 위해 그분보다 앞서 파견된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그를 메시아라고 착각하거나 기대하며 추앙해도 그는 자기 본분을 잊지 않습니다. 하느님에게서 시작되어 자기에게까지 이어진 관계의 질서를 겸허히 존중합니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요한 13,20).

우리는 이 세상에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 영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지요. 겸손하고 진실한 자기 인식은 자신의 근원을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여기에 있기까지 나를 성장시키고 파견한 무수한 인연과 손길들을 잊지 않습니다. 그 손길들을 거슬러 올라가, 그 끝에 만물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계심을 감지합니다.

제1독서는 사도 바오로의 설교 부분입니다. 하느님께서 이방인을 위한 그릇으로 준비시킨 존재답게 이스라엘의 구세사를 간명하고 명료하게 정리하여 선포합니다.

"이 다윗의 후손 가운데에서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 예수님을 구원자로 이스라엘에 보내셨습니다"(사도 13,23).

바오로 사도는, 이스라엘을 선택하여 이끌어 오신 하느님께서 때가 차자 당신 아드님을 다윗 가문에서 구원자로 보내셨는데, 그분이 곧 예수 그리스도시라고 단언합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예수님에게서 그분을 파견하신 하느님을 뵈어야 했지요. 예수님을 맞아들임으로써 자기들을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신 하느님을 맞아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예수님께서 파견하신 사도들과 신자들에게서 주님의 얼굴을 뵈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한때 무지와 고집으로 구원자를 배척해 죽였지만, 그 모든 걸 용서하시고 사도들을 통해 내미시는 새 기회의 손길에서 그분 얼굴을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지금 벗님 곁에 누가 있습니까? 그에게서 그를 파견하신 예수님을, 예수님에게서 그분을 보내신 하느님의 얼굴이 보입니까?


우리가 맞아들이는 가난하고 작고 보잘것없고 때로는 성가시고 귀찮고 부담스러운 이들에게서 하느님의 얼굴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지요!

병들어 신음하는 생태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혐오와 차별, 자기 안위를 위해 조장하는 분열과 대립이 난무하는 세상입니다.


고요하고 묵묵히 선을 추구하며 겸손하게 사랑을 실천하는 '파견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얼굴과 하느님의 마음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내가 맞아들이는 이들 안에 주님께서 계십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