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5월 19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

dariaofs 2020. 5. 19. 00:31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 우리는 굳어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깨뜨리시는 성령을 만납니다.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요한 16,7).

믿고 의지하는 이, 사랑하는 이가 떠남을 이야기할 때 동요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지금 제자들은 예수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두렵고 근심이 됩니다.

예수님은 당신께서 떠나시는 것이 오히려 제자들에게 더 낫다고 하시지요. 보호자께서는 육신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현존으로 제자들을 일깨우시고 세상을 새롭게 하실 것이니까요.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실 것"(요한 16,8)

세상은 자기 나름의 제도를 구축하여 굴러갑니다. 설사 그것이 진리와 동떨어져 있다 해도 고수하지요.

예수님은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대한 통념"을 유다교 사회에서 아버지의 뜻과 가장 괴리된 것으로 짚으십니다. 성령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란 뜻이지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 죄사함을 믿지 못하는 이들은 스스로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거나, 함부로 타인을 단죄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이들은 그분의 죽음이 그분께 내려진 정의라고 착각하고 율법 안에서 의로움을 찾지요. 또 예수님과 구원을 배척함으로써 세상이 이미 심판을 받았다는 걸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을 성령께서 바로잡아 주실 것입니다.

제1독서는 바오로와 실라스가 필리피 감옥에 갇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의 기초가 뒤흔들렸다. 그리고 즉시 문들이 모두 열리고 사슬이 다 풀렸다"(사도 16,26).

이 천재지변은 당시 바오로가 겪은 생생한 사실일 뿐만 아니라, 성령의 시대를 보여 주는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오시면 고착되고 억압된 사고의 근본을 기초부터 뒤흔들어, 닫히고 막힌 것들을 열어젖히고 풀어 주실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으니까요.

"두 분 선생님, 제가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사도 16,30)

간수의 변화는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그는 아무래도 죄수를 지키는 직업이다 보니 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그런데 지진 상황을 겪은 뒤, 죄인인 두 사도를 데리고 나가 치료해 주고 음식을 나누며 세례까지 받습니다. 그의 행동은 직업적 행동 강령에 위배되는 명백한 죄일 수 있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간수는 세상이 죄인으로 몰아 감옥에 가둔 그들에게서 진정한 의로움을 봅니다. 또한 세상의 심판과는 별개로 구원의 희망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렇게 성령께서는 단단히 굳은 제도와 마음의 심저에서 바닥부터 뒤집으시고는 자유와 해방으로 열린 새 질서를 심어 주십니다.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을 온 집안과 더불어 기뻐하였다"(사도 16,34).

성령의 흔적은 기쁨입니다. 비록 흔들리고 전복되고 열리는 동안 두렵고 아프고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그분은 기쁨으로 당신의 현존을 확신시켜 주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건네시는 말씀의 행간에는 "기뻐하고 즐거워하라"(입당송)는 위로가 감춰져 있습니다.

예수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은 서운하고 안타깝지만 성령을 통한 주님의 현존이야말로 주님과의 사랑을 더 뜨겁게, 더 영원하고 더 진실하게 영속시켜 주실 것이니까요.

사랑하는 벗님! 더 기쁘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주님을 따를 수 있도록, 성령께서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대한 우리의 낡은 관념을 변화시켜 주시길 청하며 성령께 마음을 열고 온 존재를 의탁합시다.

오소서, 성령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