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5월 17일 부활 제6주일

dariaofs 2020. 5. 17. 05:42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성삼위 하느님을 보여 주십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6).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당신의 사명을 마치고 떠나시면, 세상에 남은 이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하실 분을 아버지께 청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호자"를 보내 주실 터인데, 그분이 곧 진리의 영, 성령이십니다.

제1독서에 그 약속이 실현되는 과정이 잘 나타납니다.

"사도들이 그들에게 안수하자 그들이 성령을 받았다"(사도 8,17).

필리포스를 통해 사마리아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전해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표징을 일으킵니다.

그들은 귀를 기울였고 큰 기쁨에 넘쳐 새로운 길을 받아들이지요. 그리고 이제 예루살렘에서 내려와 안수한 사도들을 통해 성령이 내리시고 그들은 온전한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납니다.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요한 14,17).

성령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당신 자신에 대한 말씀과 흡사합니다.

아니, 일치하지요. 인간의 육을 취해 세상에 오셨던 성자 예수님과 성령이 같은 분이시니까요. 비록 우리가 다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그분의 영은 하나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을 본 이들은 아버지를 본 것이고, 예수님을 아는 이들은 아버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실 분, 성령께서는 예수님에 대한 앎을 강화시켜 주시고 기억을 환기시켜 주시면서 유한한 인간이 하느님과 관계를 이어가도록 도우실 것입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요한 14,18).

다시 오실 분은 예수님의 영이십니다. 제2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서 "육으로는 살해되셨지만 영으로는 다시 생명을 받으셨다"(1베드 3,18)고 증언합니다.

예수님은 더 이상 인간의 육신을 입지 않으시지만, 성령으로 현존하시며 우리와 함께하실 겁니다.

율법은 사회적 약자층인 "고아"를 보호하도록 가르칩니다만, 사실 시기가 다를 뿐 언젠가는 자신을 낳아서 보살펴 준 보호자를 잃고 고아가 되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의 운명이지요. 그래서인지 예수님은 새로 오실 성령을 "보호자"라고 부르십니다.

"그날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또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요한 14,20).

하느님 안에 예수님이, 예수님 안에 우리가, 또 우리 안에 예수님이... 이렇게 성삼위 하느님과 우리는 하나입니다. 바로 성령께서 우리를 하나의 사랑으로 엮어 주시는 사랑의 기운이시지요.

저는 오늘의 말씀에 머무르면서 전지전능하시고 무한하신 하느님의 관심사가 온통 "우리"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성부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이유도, 성자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도, 그리고 성령께서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이유도 결국 "우리"입니다.

우리에게만 하느님이 존재 이유이고 목적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도 우리가 그러한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사랑이신 성삼위 하느님의 오매불망 관심사는 "우리"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 부활 시기를 지내며 성령강림을 향해 나아가는 오늘, 말씀은 우리를 하느님과의 더 깊은 사랑의 일치로 초대합니다. 성 삼위 하느님 안에서 위로와 기쁨을 누리며 사랑 안에 푹 잠기시는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