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를 한층 더 주님과 친밀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
스승이 제자들에게 위계의 울타리를 허물고 성큼 다가서시어 그들 마음속으로 쑥 들어가십니다. "친구"! 이제 그들은 예수님의 친구입니다. 친구와 종의 차이는 상대가 하는 일을 알고 모르고에 달렸지요.
"내가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요한 15,15).
계급사회에서 종은 주인의 뜻을 알 필요 없이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이지만, 친구 사이에서는 다릅니다. 친구는 서로 무엇이나 사심없이 공유하고 나눕니다.
상대가 잘 알아듣고 이해해 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속을 터놓고 나누지요.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그렇게 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5,16).
예수님께서 제자들을(우리를) 뽑아 세우신 것은 열매를 바라셨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분이 당신 이득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려고 뽑으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주님께 뽑혀 그분 친구가 되었다는 자체가 곧, 우리가 그분 사랑의 목적이라는 뜻이니까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예수님은 비천한 우리를 친구로 삼고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가장 큰 사랑"을 실천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이 하신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는 당부를 덧붙이셨지요. 당신의 사랑이 된 우리(친구가 된 우리)가 사랑을(열매를) 맺길 바라시는 겁니다. "친구"도 "열매"도 실은 "사랑"의 다른 단어입니다.
제1독서는 마티아 사도의 선출 장면을 보여 줍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 이 둘 가운데 주님께서 뽑으신 한 사람을 가리키시어 ... 사도직의 자리를 넘겨받게 해 주십시오"(사도 1,24-25).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 이 호칭은 모든 기도의 바탕이고, 신뢰에 찬 순종의 열쇠이며 근거입니다.
주님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신다는 확신이 없으면 주님 손에 공동체를 맡겨드리기 어렵지요. 작건 크건 가정 공동체부터 인류 공동체까지 포함해서 예외는 없습니다.
모든 이의 마음을 아시는 분이 누군가를 뽑으시고 그를 통해 공동체를 끌어가고 계십니다.
주님께 선택된 이, 뽑힌 이는 그 자체로 이미 주님 사랑의 열매이면서, 동시에 주님의 친구인 공동체 일원 하나하나에게 다가가 사랑으로 열매를 맺으라는 엄중한 요구 앞에 서게 됩니다.
사도직은 맡겨진 이들을 종으로 부려도 된다는 감투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주님의 친구임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인정하고 기꺼이 그들의 종이 되는 봉사 직분입니다.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입당송, 복음 환호송).
길이 남으리라는 축복은 영원으로의 초대입니다. 영원은 하느님의 속성이지요. 주님께 선택된 이로서 우리가 맺는 열매(사랑)는 우리의 부족하고 죄스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곧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의 친구인 우리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주님의 열매인 우리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우리가 맺을 열매도 또한 사랑입니다. 친구인 예수님과 함께 미우나 고우나 우리게 맡겨 주신 이들을 여한없이 사랑하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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