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5월 11일 부활 제5주간 월요일

dariaofs 2020. 5. 11. 05:48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 우리는 두 부류의 사람들을 봅니다. 주님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과, 주님을 모르고, 모르기에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주님, 저희에게는 주님 자신을 드러내시고 세상에는 드러내지 않으시겠다니 무슨 까닭입니까?"(요한 14,22)

이스카리옷이 아닌 유다가 예수님께 여쭙니다. 구세주가 세상에 오셨지만 모두가 다 그분을 맞아들인 것은 아니지요.


아예 관심이 없는 부류도 있고, 출신과 배경을 들어 거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분을 긍정하는 제자들 안에서도 진정한 앎과 믿음으로 그분을 따르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요한 14,21).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신다고 하십니다. 사랑한다는 증거는 계명의 준수로 드러나지요. 그런데 그 계명의 골자가 곧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를 예수님께서 사랑하신다니, 결국 그가 사랑의 수혜자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이 순환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

얼마나 아름답고 충만한 약속입니까? 사랑하는 이에게 성 삼위 하느님께서 친히 임하시고 거하십니다.


사랑의 발걸음을 시작한 이들, 사랑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이들은 그래서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성 삼위 하느님과 함께이니 홀로면서 홀로가 아닌 존재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선교 여정이 극적으로 펼쳐집니다.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만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할 따름입니다"(사도 14,15).

바오로가 일으킨 치유 기적을 보고 리스트라 사람들이 두 사도를 신으로 여겨 경배하려 하자 그들이 만류하며 외칩니다. 모든 일에 영광 받으실 분은 오직 주님이심을 사도들은 잘 알고 있기에 영광을 제 것으로 편취하지 않습니다.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 ... 다만 복음을 전할 따름"

맞습니다! 리스트라 사람들이나 두 사도는 생물학적으로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들의 차이는 오직 복음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지요.

복음, 곧 사도들이 먼저 만나고 전하는 기쁜 소식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신들이 사람 모습을 하고 우리에게 내려오셨다"(사도 14,11)는 리스트라 사람들의 외침이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을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해도,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어느 정도 시사합니다.

이방인들에게 비와 절기와 양식과 마음의 기쁨으로 당신을 드러내신 주님께서 이제 두 사도를 통해 당신 이름을 드러내십니다.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경배해온 신이 이제 이름과 얼굴을 보이는 겁니다. 그 신의 이름이 곧 사랑입니다.

이제 리스트라 사람들 중 복음을 받아들인 이들은 주님을 알지 못하는 부류에서 주님을 알고 사랑하는 부류로 건너갈 것입니다.


이 사건 뒤에도 여러 우여곡절이 펼쳐지지만, 훗날 바오로가 리스트라에 갔을 때 그곳에 있는 제자로 티모테오가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리스트라에 복음의 꽃이 피었으리라고 짐작해 봅니다(사도 16,1-5 참조).

다시 유다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주님, 저희에게는 주님 자신을 드러내시고 세상에는 드러내지 않으시겠다니 무슨 까닭입니까?"(요한 14,22)

아버지는 이스라엘에 먼저 아드님을 드러내셨지만 그것으로 구원의 문을 닫아 걸고 종료하지 않으십니다. 아버지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민족에게 당신의 이름을 드러내시고 구원을 베푸십니다.

무신론, 회의주의, 불가지론, 물신주의, 이기주의, 신앙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으로 점철된 세상 한가운데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며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랑이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더 이상 공허하고 위선적인 말만으로는 복음이 타인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성 삼위 하느님과 더불어 사랑이 될 때 기쁜 소식이 전달되고 퍼져나갑니다.

사도들을 통해 우리에게까지 이어진 복음 선포의 사명은 온 세상 모든 피조물이 주님을 알고 사랑하게 됨으로써 모두 함께 사랑의 존재가 되어야 완성됩니다. 모두 사랑으로 이어지고 엮어져 하나의 사랑이 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그 사랑이 완성되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힘껏 사랑하는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누군가라도 우리 작은 사랑으로 위로 받고 쳐진 어깨를 추어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아니, 훌륭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