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의 마음에 풍덩 빠지는사랑의 날, 예수 성심 대축일입니다.
"주님의 마음속 계획은 대대로 이어지네"(입당송).
장엄한 대축일 미사에 들어서면서 울려퍼지는 입당송은 주님과 우리 사이의 사랑을 한 눈에 조망하게 해 주는 단어를 제시합니다. 그건 바로 "주님의 마음속 계획", 즉 섭리이고 사랑입니다.
"주님께서 너희에게 마음을 주시고"(신명 7,7).
제1독서에서는 주님과 우리 사이의 사랑의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마음을 주신 겁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 경험이 있다면 이 말씀의 세기와 농도를 알아들을 겁니다. 마음은 전부입니다. 다른 모든 것은 마음에 딸려오는 것에 불과하지요.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1요한 4,7).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사랑을 알게 된 우리는 하느님의 피조물인 동시에 자녀입니다. 사랑의 존재가 된 우리는 사랑의 근원이신 분을 압니다. 보잘것없는 피조물에 죄인인 우리가 하느님을 알게 되다니요... 사랑의 신비이고 사랑이 일으킨 기적입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6).
하느님과 우리는 서로 안에 머무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모조리 다 주었으니 이젠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모두 나에게 오너라"(마태 11,28).
전혀 구색이 안 맞는 두 존재의 일치가 가능한 이유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를 당신에게 오라고 초대하셨습니다. 그분은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셔서 누구도 가리거나 차별하지 않으십니다. 심지어 우리가 아무리 모자라고 불결하고 못나도 무시하거나 소외시키거나 못마땅해하지 않으십니다. "다 오라"는 초대는 사회에서 전화번호도 묻지 않은 채 진심없이 남발하는 '언제 한번 보자'는 식의 빈말이 아닙니다.
"모두 나에게 오너라."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래 이 말씀을 얼마나 자주 마주쳤는지요! 하지만 잠시의 위안으로 스쳐보내고는 정말 진심을 다해 전력질주하여 그분 마음으로 달아든 기억이 과연 몇 번이나 있을런지요...
"모두 나에게 오너라."
이 초대를 하신 예수님은 진심이셨지만, 이 말씀을 별로 안 친한 이들 사이에 영양가 없이 오가는 인사치레 정도로 흘려듣고 잊어버린 것은 우리 쪽이 아니었는지요...
그분의 마음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넓습니다. 우리 모두, 온 세기와 역사와 나라와 종족에 딸린 모든 이를 다 받아들이고도 남을 크고 넉넉하고 선선하고 부드러운 마음! 그분은 그 마음을 활짝 열어젖혀 우리가 그 안으로 뛰어들어오기만 기다리십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그 속에서 생명의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오리라"(영성체송).
주님은 당신 마음, 그 사랑의 바다에 풍덩 빠져 마음껏 헤엄치며 사랑을 만끽하라고 하십니다. 사랑 밖에는 거칠 것 없는 완전한 자유와 희열의 바다에 머무르는 동안, 내가 바다인지 바다가 나인지, 내가 사랑인지 사랑이 나인지, 내가 주님인지 주님이 나인지 구분조차 모호해집니다.
쩍쩍 갈라지는 가뭄 논바닥 같았던 영혼도 주님 마음 안에 머무르면 사랑의 물이 오르고 윤기도 차오르지요. 생명의 물은 나를 적셔 되살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 속에서 "강물처럼 흘러나"올 엄청난 수원지를 이룹니다. 그토록 넓고 선하고 충만한 주님이 우리 안에 가득 들어차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사랑의 바다이신 예수 성심께 온전히 잠겨 사랑이 되는 큰 축제일 되시길 축원합니다. 그리고 성교회의 지향에 합하여 저를 포함해 모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어질고 겸손하신 예수님,
저희 마음을 주님 마음과 같게 하소서.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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