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dariaofs 2020. 6. 18. 05:37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성령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네"(복음 환호송).

복음 말씀을 듣기 전에 말씀께서 대전제를 펼쳐 주십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의 아버지시라는 점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시다"(마태 6,8).

아버지는 모든 걸 아십니다. 우리의 기쁨과 보람은 물론 고통과 결핍, 숨은 한숨까지 그분께 감추어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분 앞에서 장황한 빈말로 자신을 포장할 필요가 없지요. 그건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독백입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마태 6,9).

예수님은 우리가 아버지께 청해야 하는 기도의 내용을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치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 일용할 양식, 용서, 유혹과 악에서 구원.
이 일곱 가지 청원은 하느님과 이웃과 세상과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용서"

예수님께서 특별히 용서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덧붙이십니다. 특히 인간에게 어려운 부분이어서 그러셨을 수도 있지만, 일곱 청원 중 우리의 협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용서는 아버지의 일이면서 또한 우리의 일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아버지는 우리를 이미 용서하셨습니다. 아드님의 육화가 그 증거지요. 그렇다면 그분은 우리가 용서하기도 전에, 용서하리라 믿으시고 미리 우리를 용서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만일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용서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무효일까요? 이미 예수님께서 오셔서 우리 용서를 위해 돌아가셨으니 무효가 될 수는 없지요. 부도난 용서에 대한 책임은 결국 그분이 지십니다.

제1독서는 이스라엘의 탁월한 두 예언자 엘리야와 엘리사를 칭송하는 대목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되돌리며 야곱의 지파들을 재건하리라"(집회 48,10).

엘리야에게 예언된 이 기록을 훗날 예수님께서 완성하셨지요. 그분은 희생제사로써 아버지 앞에서 인간이 저지른 모든 죄의 값을 치르고 용서를 얻어내십니다. 이렇게 돌이켜진 아버지의 마음에 기대어 우리는 그분을 주저없이 "아빠! 아버지!" 하고 부르는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의 기도 일곱 청원 중 우리는 용서 하나만 노력하면 되네요. 아버지는 나머지 여섯에 용서까지 합해서 애쓰셔야 합니다. 그분은 기쁘게 당신 몫을 하실 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의 몫을 해야겠지요.

그러니 마음 한켠으로 미뤄두고 숙제처럼 묵혀둔 용서의 채무는 없는지 샅샅이 살피시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용서로써 우리는 아버지와 함께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기도를 완성할 수 있으니까요. 용서함으로써 더 큰 용서를 받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