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8월 31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dariaofs 2020. 8. 31. 06:40

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예수님의 공생활이 요약되어 나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루카 4,18)

예수님의 공생활은 성령과 함께 시작합니다. 세례 때 성령께서 그분께 내리셨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지요. 예수님은 기름부음받은이, 메시아로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아버지에게서 파견된 참 그리스도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예수님께서 봉독하신 이사야서의 대목(이사 61,1-2)은 억압받는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시는 주님의 목소리입니다. 이는 7년마다 오는 안식년이나 50년째 해인 희년에 종들을 자유롭게 내보내라는 주님의 명을 근거로 하지요.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바로 자유와 해방의 주체이십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말씀이신 분의 입을 통해 그 말씀이 발설되어 다양한 억압과 빈곤과 장애의 고통을 겪고 있는 청중의 귀로 들어가 마음에 스며들면서 이루어집니다. 말씀이 실현되고 완성되는 것이지요. 나자렛 회당에서 울려퍼진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앞으로 하실 일, 즉 그분 사명의 청사진과 같습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루카 4,22)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의 인간적 계보를 너무 잘 알아서 걸려 넘어집니다. 기적과 자비를 베푸시는 예수님께 출신과 권한을 따져 묻던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을 미리 비추는 듯합니다. 결국 그들은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아 죽이려고까지 합니다. 이는 예수님께 닥칠 미래를 암시하지요.

"그러나 예수님게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루카 4,30)

그러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에 예수님은 당신의 길을 가십니다. 한 번 피한다고 수난과 죽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나, 예수님께는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복음 선포자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의 말과 복음 선포는 ...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1코린 2,4)

바오로 역시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의 신비"를 선포합니다. 그의 사도직분은 언변이나 인간적 출신 성분, 지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영감과 도움으로 지탱됩니다. 사도로서 그의 출발이 인간적 조건이 아니라 "성령의 힘"이었기에, 열두 제자에 속하지도 않는데다 예수님 추종자들을 박해하는 자였으면서도 주님께서 부여해 주신 소명을 꿋꿋이 펼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이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하느님의 힘에 바탕을 두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1코린 2,5)

그래서 사도는 우리에게 당당히 요구합니다. 믿음이 출신과 지혜, 신분 등 인간적 조건과 자격에 기인하게 되면 역시 인간적 조건 때문에 쉽게 무너지고 약화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적 논리와 인과관계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힘을 믿을 때에는 실패와 업신여김과 모욕과 죽음까지도 견딜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이 신비를 우리는 믿음이라 부릅니다.

사랑하는 벗님! 오늘 복음 속에서 한눈에 조망된 예수님의 삶과 사명은 사도 바오로나 다른 제자들, 우리들의 그것과 별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주님의 길에 들어선 주님의 동반자들이니까요.

주님의 길에서 저마다 고유한 소명을 살아가면서 너무 인간적 시각으로 주님을 가늠하고 재단하게 되면 나자렛 주민들처럼 자기 오류와 모순 속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시고 마음에 사랑의 불을 놓으시는 성령의 힘을 믿고, 자격도 조건도 안 되는데 불러주신 하느님의 힘을 믿으며, 온갖 어려움과 죄악과 나약함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예수님과 함께 뚜벅뚜벅 나아갑시다. 예수님과 사도 바오로에게 내렸던 그 주님의 영이 벗님에게도 충만히 내리시길 축원합니다.

8월 한 달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