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섬기는 이의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4,42)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출타 중인 주인을 맞이해야 하는 종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종이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주인을 사랑하는 종이라면 그 "때"를 모르기에 항시 준비를 하는 한편, 또 모르기에 기대와 설레임도 품게 됩니다. 긴장과 희망은 "무지"의 양면입니다.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마태 24,45)
주님께서 우리가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길 바라시는 이유는 바로 당신이 그런 존재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당신이 대접 받고 편하려고 우리에게 부당하고 힘든 일을 요구하는 그런 분이 아니시지요. 그분이 먼저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십니다.
"너를 지키시는 그분께서는 졸지도 않고 잠들지도 않으신다."(시편 121,3)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지키시기 위해 졸음도 잠도 마다하고 백성 곁에 머무르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러하셨듯, 우리 삶이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분은 동행하셨지요. 그분은 우리가 당신 현존을 알건 모르건 개의치 않으시고 묵묵히 당신의 사랑을 수행하고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
바로 예수님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동반자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곁에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으로 머무르고 계시지요. 우리 죄를 속량하기 위해 당신을 희생제물로 대속하시면서까지 철저히 종처럼 되셨습니다.
께어 있으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바람에는 우리가 당신을 따르면서 아버지를 닮아갔으면 하는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수행하시면서 기쁘고 행복했던 종의 깨어 있음과 기다림, 충실한 사랑을 우리도 맛보게 해 주고 싶으신 겁니다. 주인과 종 사이에서 그보다 더한 행복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느님을 성실하신 분이십니다."(1코린 1,9)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 역시 하느님의 성실하심을 이야기합니다. 당신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충실성은 신부인 백성의 배신과 냉담 속에서도 흔들리거나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충실함은 본래 하느님의 속성이지요.
"그분께서 ...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도록 여러분을 불러 주셨습니다."(1코린 1,9)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우리가 받은 부르심의 목적을 "친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와의 친교!
참으로 아름답고 가슴 설레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친교는 '사귐'이고 '알아감'입니다. '나눔'이고 '서로를 주고받음'이지요. 마주한 두 존재가 차츰 서로 안에 스며들어가서 깃들다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일치'에 이르지요. '하나됨'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종으로 부리려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당신과 일치하자고 부르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먼저 종이 되어 우리를 섬기시니 우리도 기꺼이 그분 곁자리로 내려가서 종이 되어야 주님과 일치가 가능하겠지요. 그분께서 성실하신 것처럼 우리도 충실히, 또 그분께서 지혜이신 것처럼 우리도 슬기롭게, 부족하나마 까치발을 들고 종종걸음을 치며 닮아보려 애쓰는 행복한 종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어느 모로나 풍요로워졌습니다."(1코린 1,5)
그렇게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종이 되었다고 해서 비굴해지거나 빈한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큰 풍요를 누립니다. 종이면서 주인을 나누어 받았기에 그렇지요. 그분과 관계 맺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성녀 모니카와 함께 행복한 종으로 부르심 받은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사랑하는 님과 누리는 친교와 일치를 향해 오늘도 깨어 섬기고 기쁘게 사랑하는 하루 되시길 기도합니다.
"행복하여라,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마태 24,46)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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