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우리에 대한 주님의 바람이 들어 있습니다.
"불행하여라, 너의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마태 23,27.29)
복음 안에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시는 예수님의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지 않아서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예수님이 보여 주시는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은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예외도 없고 차별도 없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완전성이지요.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무하는 것은 잘못 자체를 드러내어 수치를 주고 공격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된 길을 돌이켜 참된 모습을 회복하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예수님께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바라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 너희도 겉은 의인으로 보이지만 ... 속은"(마태 23,27-28)
예수님은 그들이 겉으로도 속으로도 의인이고 아름답길 바라십니다. 유다 백성의 종교 지도자로서 이미 겉으로는 충분히 그럴듯한 신분과 자격을 갖추었으니 속도 그렇게 가꾸라고 강력히 촉구하시는 것이지요. 여태까지는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면 이제라도 돌아서서 진정 거룩하고 충실한 섬김의 길을 가면 되니까요.
하느님이야말로 겉과 속이 같은 분이십니다. 그분에게는 우리 나약한 인간에게서 보이는 위선이나 모순, 불일치가 없습니다. 그분은 마음에 품으시는 지향과 의지가 말씀으로, 그 말씀이 실행으로 완성되는 분이시지요. 인간을 향한 사랑의 결정체가 바로 예수님이시고, 예수님은 일관된 아버지 사랑의 완성이십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테살로니카 신도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따라야 할 삶의 양식을 지시합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무질서하게 살지 않았고"(2테살 3,7)
사도는 "무질서"라는 말을 반복해 사용하며 그 의미를 강조합니다. 사도들은 복음 선포와 더불어 손수 일해 양식을 구하면서 신도들에게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생활 양식을 시작하는 신도들이 사도들을 본받아 삶을 질서 있게 영위하도록 도우려는 목적입니다.
"평화의 주님께서 친히 온갖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언제나 평화를 내려주시기를 빕니다."(2테살 3,116)
"평화"란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폭력이 없는 상태'를 가리킵니다만, 한 인격체 안에서 보면 '존재 전체가 전반적으로 일관성과 질서를 획득하여 안정되고 동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겉과 속이 하나이며 동일하신 하느님께서 그 자체로 평화이심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사도 바오로는 평화의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그 평화를 내려 주시길 기원합니다. 개개인 안에 육적인 필요와 영적인 지향이 질서와 조화를 이루어,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에게 모범과 유익이 되는 평화를 의미하지요.
사랑하는 벗님! 평화의 주님께서 우리의 그럴듯하게 꾸며진 "겉"과 혼동으로 삐걱대는 "속"을 다 아십니다. 우리에게는 그분께 감추어진 것은 하나도 없지요. 아직 정화되지 못한 욕망과 이기심, 어두움과 죄스러움까지 주님은 이미 다 아시면서 우리를 부르셔서 사랑을 쏟아 주십니다. 그 사랑으로 우리가 이 모든 불결함과 위선의 무질서에서 벗어나 당신처럼 겉과 속이 하나인 아름답고 의로운 모상이 되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여덟 번에 걸쳐 불행을 외치시는 예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에 귀를 기울입니다. '진정 그대들이 겉과 속이 하나인 참된 신앙인이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묻어나지요. 불행 선언과 대조되는 진복 선언을 기억하며 마음으로도 사랑하고 손끝으로도 사랑하면서 예수님께 위로를 드리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 존재 전체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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