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9월 22일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dariaofs 2020. 9. 22. 01:38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 우리는 우리와 더 가까워지고자 하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들이다."(루카 8,21)

우리는 언감생심 주님의 가족이 될 꿈을 꿀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가족은 혈연, 즉 핏줄에 기인해서 이어지는 관계성인데, 예수님과 우리는 시대와 인종, 민족, 출신 등등 거의 모든 면에서 공통분모가 없으니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

그런데 예수님께서 가족의 의미를 재정립하십니다. 핏줄에 기인하지 않는 예수님의 가족은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을 안고 있지요. 하느님의 말씀이 온 세상 어디에나 선포되듯이, 그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들 역시 온 세상 어디서나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예수님이 마리아와의 가족적 연관성을 부인하시는 건 아닙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오늘은 비록 군중 때문에 밖에 서서 예수님 가까이 갈 수 없으셨지만, 말씀을 듣고 실행한 가장 탁월한 모범이요 증인이십니다. 마리아가 잉태한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계시니, 성모님만큼 말씀을 듣고 실행해 열매를 맺은 이는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오신 말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새 가족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듣고 머무르고 되새기고 품고 실행하는 말씀이 우리를 엮어 한 가족을 이루게 해 주었지요. 그런데 말씀은 지적 유희의 대상이 아닙니다. 지식과 식견을 쌓는 것과 주님의 가족이 되는 일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말씀은 듣는 이의 실행을 통해 진정으로 완성됩니다.

제1독서에서 나오는 여러 잠언 중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말씀이 나옵니다.

"정의와 공정을 실천함이 주님께는 제물보다 낫다."(잠언 21,3)

사람은 주님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의례를 행하고 제물을 바칩니다. 말하자면 절대자에 대한 경외와 찬양의 표현이지요. 그런데 주님은 제물보다 자비와 사랑을 바란다고 성경 곳곳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를 위해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는 일은 하느님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목소리조차 낼 줄 모르는 이들의 외침이 되어 주고, 친구가 되어 주는 일은 육화하신 예수님께서 하신 일이지요. 이제 우리가 그분 대신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그분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꿈을 실현하라고 하십니다. 이쯤 되면 주님과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읽고 실행하는 경지이니 최상의 가족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의 바람은 우리 모두가 더 친밀히 연결된 당신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서로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독이고 일치하는 진짜 가족 말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 말씀을 중심으로 모인 우리도 주님의 가족입니다. 각자에게 다가오시는 말씀을 각자가 처한 환경과 실존 안에서 실천하려 애쓰는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지요.

오늘 우리를 당신 곁으로 끌어당겨 가족의 연으로 품으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가족으로 불러주신 주님께 더 달아드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