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를 기쁨과 즐거움으로 초대합니다.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마태 5,11-12)
예수님께서 당신께 몰려온 군중을 보시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가르쳐 주십니다. 가난, 슬픔, 온유, 의로움, 자비, 깨끗한 마음, 평화, 박해 등 예수님께서 행복하다고 선언하시는 이들의 상태는 당시 예수님께 위로와 희망을 구하러 달려나온 민중의 현실을 대변합니다.
그런데, 잇속에 밝고 탐욕에 관대하며 갑질을 벼슬처럼 여기는 당시나, 또 요즘의 세상에서는 제 뼈도 못 추릴 부류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모와 겉치레과 소유에 올인하느라 마음과 영혼을 돌보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거나 오히려 경멸하는 이들 틈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살아온 이들, 그런 이들에게 예수님께서 어려움 중에도 귀하게 간직해 온 마음의 중심을 잃지 말라고 위로하고 격려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악의 유혹과 삶의 고통 속에서 주님께 희망을 두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기쁘고 즐겁기를 바라십니다. 그들이 이미 하느님 나라에 이름을 새겨넣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받을 상"은 지상 물질이 주는 잠시의 만족감이나 우쭐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적 축복이지요.
이 내적 행복에 대해서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이들, 박해와 무시를 받으면서도 행복한 이들, 의로움을 갈망하면서 행복한 이들, 그밖에 오늘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이들이 잘 압니다. 알기에 더 바라게 되고 갈구하게 되고, 그밖의 것은 쓰레기로 여기는 이들의 행복이지요.
제1독서에는 하느님 주변에서 그분을 찬양하는 "희고 긴 겉옷을 입은 사람들"(7,13) 무리가 등장합니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묵시 7,14)
묵시록 저자는 하늘 나라에서 하느님 곁자리를 차지한 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이 지상에서 누리던 재산이나 권력, 지위를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수난과 죽음의 어린양을 따른 자취를 이야기합니다.
어린양께서는 자신의 피에 제 존재를 담근 이들의 영혼을 희고 깨끗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그러기에 그들이 세상에서 겪은 가난과 박해와 무시, 슬픔과 모욕, 음해와 모략은 오히려 그들이 그리스도의 피의 신부라는 증거가 됩니다. 그 피의 잔은 이웃이 겪는 가난과 불의는 아랑곳없이 오직 자신과 가족의 사치와 안위만을 위해 살아온 이들이 스스로 밀어낸 예수님 자신이십니다.
제2독서에서는 세속적 쾌락을 내려놓고 하느님 자녀됨의 신원을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이 받을 보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1요한 3,2)
묵시록에 나오는 하느님 곁의 거룩한 이들처럼 우리도 그분의 나라에서 주님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서로를 응시하고 관상하며 사랑하는 이 "봄"은 그저 시각적 행복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봄"은 "그분처럼 되는 것"으로 옮아갑니다.
바라봄으로써 상대방이 되는 것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최고의 신비가 아닐까 합니다. 이는 닮음과 따름을 넘는 "동화"와 "일치"입니다. 사랑 때문에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육화의 신비처럼 비록 방향은 달라도 불가능하지 않은 신비입니다. 이처럼 서로에게 물들어 서로가 되어 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지고의 경지일 겁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그래서 우리는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합니다. 지금 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과중하고 버거워도, 세상에 겨우 발붙인 자리가 비천하고 불안해도, 세속의 허영으로 잡아끄는 손길들이 집요하고 모욕적이어도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이미 선취한 행복을 누려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고 경축하는 하느님 곁의 성인들이 우리보다 앞서 그 길을 가셨지요. 잠시 우쭐하다 사그러질 세속의 허무한 영광 대신 영원한 사랑을 위해 몸을 던진 분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힘 내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주님의 길을 걸어갑시다. 오늘도 결실이 보이지 않는 사랑에 자신을 내어주는 우리에게 "행복하여라!" 하고 예수님께서 격려하십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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