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1월 18일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dariaofs 2020. 11. 18. 06:02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의 날을 준비시켜 주십니다.

복음의 비유 안에는 두 개의 축이 교차합니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는 이야기 하나, 그리고 그 귀족이 재산을 나눠주었던 종들과 셈을 하는 이야기 하나입니다. 이 두 주제는 언젠가 주님을 맞이할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임금으로 오실 때 우리는 그분께서 베풀어 주신 모든 은총의 열매에 대해 셈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루카 19,15)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떠났는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해서 사절을 보내어 반대 의사를 올립니다. 마치 예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음모를 꾸미던 당시 종교 지도층의 움직임을 투영하는 듯하지요.

그런데 이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 귀족은 왕권을 받고 돌아옵니다. 우리의 예수님도 심지어 죽임까지 당하시면서 세상에서 제거되는 듯 보였지만, 부활하시고 승천하셨지요. 그리고 언젠가 "사람의 아들의 날"이 오면 세상을 심판할 권한을 가진 평화의 임금으로 오실 것입니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루카 19,17)

이제 임금이 된 귀족이 종들과 셈을 합니다. 각각 나눠 주었던 한 미나를 어떻게 운용했는지 보려는 겁니다. 주인의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이고 성실히 불린 이들은 착한 종이라 칭찬을 받습니다. 그리고 불린 배수만큼 고을을 얻지요. 작은 일에 성실한 그에게 주인은 큰일을 선뜻 맡깁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루카 19,26)

각자가 받은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감사하며 가꾼 사람은 자기가 얻은 인간적 수확 이상의 것을 도로 받습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계산 방식이 달라집니다. 세상의 논리와 합리적 숫자를 초월해서 생각도 기대도 못한 선물이 뒤따르는 겁니다.

주님께서 주신 것이 중요해 보이든 하찮게 보이든, 크든 작든, 이는 영혼의 종자 씨앗입니다. 왜 주님께서 내게 이것을 주셨는지 진지하게 숙고하고 기도하면서 답을 찾아야 하고, 나에게 걸고 있는 그분의 기대를 등대 삼아 성실히 나아가야 합니다.

제1독서의 환시 속에는 찬양이 가득합니다.

"밤낮 쉬지 않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묵시 4,8)

장엄하고 엄위롭고 영광스러운 하느님 앞에서 모든 천상 존재들이 그분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사자 같고, 황소 같고, 사람 같고, 독수리 같은 네 생물은 네 복음서를 상징합니다. 그들이 쉬지 않고 줄곧 주님 곁에서 환호하며 영광과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랑과 자비 가득하신 하느님 앞에서 피조물이 드릴 것이란 찬양 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요!

하느님께 지음 받아 생명을 얻은 우리는 이 지상에서 삶을 꾸려 가면서도 늘 천국 본향을 그리워합니다. 처음 하느님과 하나였던 존재적 기억이 우리를 그분께로 끊임없이 이끌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물리적으로 이렇게 떨어져 있는 듯 해도 실은 언제나 그분 현존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감사와 찬양이 우리의 존재적 상태여야 합니다.

우리 각자가 처음 그분에게서 받은 영혼의 종자씨는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요? 사람들은 비유 속 미나, 혹은 탈랜트를 재산이나 능력, 인기, 인맥 정도로 착각합니다만, 진정 우리가 감사하며 성실히 불리고 키우고 확장시켜 주님께 돌려드릴 재산은 하느님과 우리 영혼의 관계일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사람의 아들의 날,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만남의 자리에서 우리가 드릴 것이 무엇인지 관상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세속 재산에 골몰해서 하느님을 위한 빈 자리까지 거래하지는 않았는지, 사람에 집착해 하느님을 차선으로 미루지는 않았는지, 외형과 능력만 돌보다가 영혼이 쪼그라들지는 않았는지...

이 지상의 삶에서 "밤낮 쉬지 않고" 감사와 찬미와 찬양을 멈추지 않고 올려드린 영혼은 그토록 그리던 주님과 충만하고 흡족한 사랑의 일치를 이룰 것입니다. 비록 녹록치 않은 인생살이 안에서도 영혼의 거룩함과 깊이를 더해가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