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2월 16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dariaofs 2020. 12. 16. 00:27

 

오늘 미사의 말씀은 마치 복음서의 질문에 제1독서가 답을 하는 것처럼 짜여졌습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루카 7,19.20)

세례자 요한이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여쭌 이 질문이 복음 내용 안에 두 차례 반복됩니다. 제자들이 스승 요한의 질문을 그대로 직접 인용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 질문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세례자 요한이라면 누구보다 예수님을 잘 알 것 같은데 이런 질문을 던지니까요. 이 질문에서 여러 가능성을 봅니다. 이스라엘이 기다리던 메시아와 예수님이 다른 존재일 수도 있다고 요한이 생각했을 가능성, 그리고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으시는 예수님께 어서 당신의 일을 하시라는 촉구일 수도 있다는 것, 아니면 자신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직접 만나 보고 들음으로써 답을 얻게 하려는 산교육 방식...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루카 7,22)

그런데 그 질문이 어떤 의도에서 나왔든, 예수님의 응답은 간명합니다. 이 답은 사도의 직무와 바로 연결되지요. 그리스도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이는 머릿속 지식이나 남의 깨달음을 차용해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전하는 존재입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이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예수님을 보고 들어야 합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그 질문에 답을 들려주십니다.

"내가 주님이고 다른 이가 없다."(이사 45,6)
"내가 주님이다. 다른 이가 없다."(이사 45,20)
"나 주님이 아니냐? 나밖에는 다른 신이 아무도 없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이사 45,21)
"나는 하느님, 다른 이가 없다."(이사 45,22)

주님 당신이 이 세상을 창조하고 구원하시는 유일한 하느님이심을 독서의 절마다 반복해 들려 주고 계십니다. 즉, 주님 외에 이스라엘 백성이 기다려야 할 "다른 분"이 없다는 뜻입니다.

"내 입에서 의로운 말이 나갔으니, 그 말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이사 45,23)

하느님 입에서 나온 "의로운 말"은 "말씀"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한번 발설된 주님의 말씀을 되돌려 다시 삼킬 수는 없지요.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하느님과 같은 분이시면서,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의로운 말씀"이십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는 완전한 계시의 완성으로서 인류는 더 이상 다른 계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루카 7,23)

예수님께서 말씀으로 사람의 기운을 북돋우시고 목숨을 살리시며 병을 치유하시고 장애를 치워주시며 악령에서 정화시켜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말씀이시기에, 그분 말씀은 단 한 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완수됩니다.

단번에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고, 일이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드러내시건 드러내시지 않건 세상 곳곳에 속속들이 스며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이천 년 전에 실제로 그리 하셨고, 이제는 성령께서 이어가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벗님! 각자 자신의 삶을 찬찬히 살펴보면, 하느님 현존의 자취를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저마다 길고 짧은 인생길에서 듣고 보고 만진 모든 것이 그분의 자취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듣고 보고 믿게 된 그분을 세상에 전하는 사도입니다.

믿음은 결단이고 용기입니다. 믿음의 결과는 행복이지요. 주님께서 우리에게 들려 주시고 보여 주시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믿음을 재촉합니다. 그러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그분밖에 없습니다. 그분이 창조하셨고 구원하십니다. 이를 믿는 우리는 행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