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2월 18일 대림 제3주간 금요일

dariaofs 2020. 12. 18. 01:10

오늘 미사의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 주십니다.

"내가 다윗을 위하여 의로운 싹을 돋아나게 하리라. 그 싹은 임금이 되어 다스리고 슬기롭게 일을 처리하며 세상에 공정과 정의를 이루리라."(예레 23,5)

제1독서의 대목은 다윗 집안에서 임금이 탄생하리라는 예언입니다. 이스라엘은 떠돌이 유목민에서 출발해 하느님 백성이 되어 결국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정착하기는 했지만, 늘 외세의 침략과 우상의 유혹으로 불안정한 상태였지요.

언젠가 도래할 메시아의 시대는 구원과 안전한 삶을 약속하신 주님 말씀의 성취인 동시에, 하느님이 자기들과 함께하신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만큼 민족의 위상과 영광을 드높여줄 사건은 또다시 없을 겁니다.

복음은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과정 안의 한 사건을 보여 줍니다.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마태 1,18)

약혼녀 마리아의 잉태는 의로운 사람 요셉에게 충격이었겠지요. 당시 관습으로선 마리아를 고발해 성난 군중 앞에 세워도 과하지 않은 사안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기가 조용히 물러나기로 합니다. 개인적 분노보다 사랑하는 여인의 의사와 안위를 소중이 여겨서였겠지요.

자신에게 벌어진 지극히 사적인 사고의 구원사적 의미를 당연히 알 수 없는 요셉은 "파혼하기로 작정"
(마태 1,19)하고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마태 1,20)습니다. 포기한 것에 대한 단호함이 드러납니다. 건강한 의지는 사욕이 끼지 않은 생각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게 마련이니까요.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마태 1,22)

이에 주님께서 개입하십니다. 요셉과 마리아, 이 둘은 구원의 말씀이 성취되도록 선택된 협력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평범히 살던 이들에게 벌어진 엄청난 사건에 대해 천사는 그 목적을 분명히 밝힙니다.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23)

마리아의 동정 잉태는 인간의 생물학적 이치를 초월하는 신비입니다. 이 말씀이 실현됨으로써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인류 구원의 약속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마태 1,24)

요셉은 하느님께 순종합니다. 곧바로 자신의 의지를 내려놓고 말씀께 길을 내어드립니다. 그의 순명은 단순하고 즉각적이며 성실합니다. 인간 삶의 매우 중차대한 일 앞에서 그 스스로 자신을 챙기지 않았으니 이제 주님께서 그를 챙겨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당신 백성과 함께하시려는 하느님의 애틋하고 자비로운 사랑의 의지는, 자신의 의지와 이익을 내려놓는 순수하고 선한 이들을 통해 성취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길을 주님의 길이 되도록 내어드린 이들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말씀에 귀 기울이고 순종하는 것이, 우리의 의지가 주님의 의지가 되고, 우리의 길이 주님의 길이 되는 방법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아직 여정 중에 있는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크건 작건 다가오는 모든 일을 통해 주님께 협력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기도하러 성전에 갈 수는 없지만 말씀을 품고 주님 앞에 머무르는 우리가 있는 곳이 곧 성전이지요. 저마다의 성전에서 더욱 힘 내어 기도하고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