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대림 제4주일 미사의 말씀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신원을 구약의 하느님께서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듣습니다.
"주님이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선언한다. ...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2사무 7,11.14)
이는 다윗 임금에게 내리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에 왕정이 수립되면서 첫 임금은 벤야민 지파 출신의 사울이었지만 그는 주님의 눈밖에 나게 되지요. 이어 주님은 유다 지파 출신의 양치기 다윗을 임금으로 선택하셨고, 겨우 왕정 초기에 불과한 이스라엘에 다윗 가문을 통해 왕정을 이어가시겠다고 선언하십니다.
주님 친히 아버지가 되어 주실 존재는 표면적으로 볼 때 당장은 다윗의 왕위를 이어받을 아들 솔로몬이 되지만, 영적 구세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까지 가리키는 중의적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너의 집안과 네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2사무 7,16)
주님은 "영원히"라고 반복해서 다윗 집안을 축복하십니다. "영원히"는 한두 세대에 그치는 인간의 시간을 초월하는 단어지요. 다윗에게 약속하신 왕좌가 고작해야 몇십 대에 이르는 인간 계보에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복음은 마리아에게 잉태 소식을 알리는 천사의 방문 일화입니다.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루카 1,32)
"태어나실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 불릴 것이다."(루카 1,35)
천사는 마리아가 잉태하여 낳게 될 아들을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 하느님의 아드님"이라 부릅니다. 이는 일찌기 다윗에게 "그의 아버지가 되어 주겠다."고 하셨던 약속의 실현입니다.
"그분께서는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루카 1,33)
그리고 천사의 말에서 "영원히"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합니다. 다윗에게 하셨던 "영원히"라는 말씀이 이제 완전히 제 의미를 드러냅니다. 인간에서 인간으로 혈육을 통해 이어지는 왕좌가 아니라, 영원하신 분이 차지하시고 행사하실 하느님 주권의 영원성입니다.
제2독서에서는 이에 대한 사도 바오로의 해석을 듣습니다.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의 계시"(로마 16,25)
"이제는 모습을 드러낸 이 신비"(로마 16,26)
사도는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계시라고 증언합니다. 율법과 예언서에 정통했던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구약의 하느님께서 미리 준비하시고 약속하신 다윗의 후손이신 동시에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확신합니다. 주님의 말씀과 예언자들의 글이 이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오늘 복음 속 사건에서 천사는 마리아에게 이 연속성을 밝힌 것입니다. 이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계시는 인간적이고 육적인 방식이 아니라 은총과 하느님의 총애, 성령과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으로 이루어질 신비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제 마리아는 기꺼이 주님을 맞이하겠다고, 온 이스라엘의 염원을 담아 고백합니다. 스스로를 비천한 종에 불과하다고 낮추면서, 이 엄청난 선택에 대한 주님의 주도권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이 응답을 통해 영원히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고, 영원히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순수하고 겸손한 이의 온전한 헌신과 의탁입니다. 수동적인 긍정을 넘는 용기 넘치는 적극적 포용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우리는 "신비의 계시"인 성탄을 향하는 기다림의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대림초의 색깔과 함께 주님 향한 우리의 그리움도 하얗게 사위어가고 있지요. 우리가 고대하는 분을 보증해 주시는 마리아와 함께, 기꺼이 주님께 "예!" 하고 응답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비천한 종을 돌보시는 주님 자비에 모든 걸 맡기고 주님의 뜻이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도록 용기를 내어 나아갑시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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