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2월 22일 대림 제4주간 화요일

dariaofs 2020. 12. 22. 06:00

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구세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두 여인이 등장합니다. 제1독서의 한나, 그리고 복음 속 마리아입니다.

"제가 여기 나리 앞에 서서 주님께 기도하던 바로 그 여자입니다."(1사무 1,26)

한나는 눈물의 기도로 아들을 얻습니다. 그리고 기도로써 얻은 그 아들을 주님께 기꺼이 바치지요. 오늘 독서가 바로 아들을 봉헌하는 대목입니다.

이 아이가 온 이스라엘에 "주님의 믿음직한 예언자"
(1사무 3,20)로 알려질 사무엘입니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이 신정체제에서 왕정체제로 건너가는 과정 중에, 주님과 백성 사이에 서서 예언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인물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첫 임금인 사울과 주님께서 선택하신 성왕 다윗에게 기름을 부었고, 정치와 종교 사이에서 이스라엘이 정체성과 균형을 잃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봉사했습니다.

이 귀한 아이를 낳아 주님께 바친 뒤 한나는 주님께 찬미와 찬송을 올려드립니다. "한나의 노래"
(1사무 2장 참조)는 복음 속 "마리아의 노래"에 영감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내용과 형식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화답송이 "한나의 노래"를 담고 있지요.

복음에서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인사말에 화답하며 주님을 찬송합니다.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

주님은 눈물의 기도를 흘려듣지 않으십니다. 가난하고 굶주리고 비천한 이들이 주님께는 매우 귀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주님의 자비를 더축 충만하게 완성하는 이들입니다. 자비하신 분의 자비는 그들 때문에 최대치로 발휘되고 극대화되지요.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루카 1,50)

바로 그들이 주님을 경외하기 때문입니다. 경외는 두려움과 사랑, 우러름과 신뢰를 합한 정감일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난 한나와 마리아, 이들은 진정으로 주님을 경외하는 작은 이들이었습니다.

사실 마리아의 노래는 가히 혁명적입니다. 그 안에서 신분의 전복이 역력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주님 권능으로 뒤집어지는 기존 질서는 세상 기준의 높낮이가 아니라 주님을 경외함이 기준입니다.

주님께서 흩으시고 끌어내리시고 내치시는 이들, 즉 교만한 자, 통치자, 부유한 자는 하느님을 경외하고 사람을 존중하라고 자기에게 맡겨진 힘과 재물을 제것으로 움켜쥐거나 함부로 남용한 이들을 가리킵니다.

반면 주님께서 굽어보시고 들어 높이시며 배불리시는 이들은 주님께 모든 것을 온전히 의탁하고 바라는 작고 가난한 이들입니다. 삶에서 허용되는 작은 공 하나도 주님께 돌리며 감사하는, 영의 사람들이지요.

하느님의 자녀로 불리움 받아 살아가는 우리는 저마다의 작음과 약함, 비천함을 지닌 존재들입니다. 주님께서 위로하시고 격려하시고 용서하셔서 오늘도 감사로이 삶을 이어가는 중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베푸신 놀라운 자비와 사랑에 대해 마리아와 함께 주님께 기쁨과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바쳐드리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주님을 경외하며 겸손과 감사로 삶을 엮어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