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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 22. 하느님의 선과 인간의 자유

dariaofs 2020. 12. 27. 00:45

“주님은 모든 선의 원천이시며 온 우주의 하느님”

 

▲ 프란치스코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모든 것을 제공해주시는 분으로 체험했다. 그림은 귀도 레니의 작품으로 프란치스코 성인이 기도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성 프란치스코가 형제들의 삶에 대해 걱정하며 기도할 때 주님께서 프란치스코에게 해주신 말씀은 이 확신에 찬 희망을 우리가 누구에게 두고 살아야 할 것인지를 잘 말해준다. “나에게 말해 보시오, 오, 순박하고 무식한 작은 이여, 어떤 형제가 수도회를 버린다고, 내가 여러분에게 가르쳐 준 길을 형제들이 따르지 않는다고 왜 그토록 괴로워합니까?

 

나에게 말해 보시오, 누가 이 형제회를 설립했습니까? 누가 사람들을 회개시켰습니까? 누가 그들에게 참고 견디는 특전을 주었습니까? 그건 내가 아니었습니까? 당신이 학자라고 해서, 열변가라고 해서 내 가족을 다스리도록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내가 내 양 떼를 돌보겠다는 것을 당신과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순박하고 무식한 그대를 선택하였습니다.”(「완덕의 거울」 82항, 「페루지아 전기」 86항 참조)

④하느님의 선과 인간의 자유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

프란치스코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모든 것을 제공해주시는 분으로 체험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의 글에 나타나는 하느님 선에 대한 찬미들을 살펴보면 프란치스코가 체험한 하느님의 선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는 ‘시간 전례마다 바치는 찬미경’에서 “전능하시고 지극히 거룩하시고 지극히 높으시며 으뜸이신 하느님, 모든 선이시고 으뜸 선이시고 온전한 선이시며, 홀로 선하신 당신께, 모든 찬미와 모든 영광과 모든 감사와 모든 영예와 모든 찬양과 그리고 모든 좋은 것을 돌려드리나이다”라고 기도하고 있다.

주님의 기도에서 영감을 받아 바친 기도에서는 “주님, 당신은 으뜸 선이시고 영원한 선이시며 모든 선이 당신에게서 나오고 당신 없이는 어떤 선도 없기에 그들 안에 머무시며 그들을 복됨으로 채우시나이다”라고 찬미드리고 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에서도 “당신은 선(善)이시고 모든 선이시며 으뜸 선이시고 살아 계시며 참되신 주 하느님이시나이다”라고 기도하고 있다.

또한, 「인준받지 않은 수도 규칙」 17장과 23장에서는 형제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며 하느님을 모든 선의 근원이요 원천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극히 높으시고 지존하신 주 하느님께 모든 좋은 것을 돌려드리고, 모든 좋은 것이 바로 그분의 것임을 깨달으며, 모든 선에 대해 그분께 감사드립시다.

 

모든 선이 그분에게서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모든 선의 주인이시며 홀로 선하신, 지극히 높으시고 지존하시며 홀로 참되신 하느님께서 모든 영예와 존경과 모든 찬미와 찬송과 모든 감사와 모든 영광을 지니시고, 또한 돌려받으시며, 받으시기를 빕니다.”(「1221년 수도 규칙」 17장).

“그러므로 우리는 충만한 선, 모든 선, 완전한 선, 참되시고 으뜸 선이신 우리 창조주이시고 구세주이시고 구원자이시며 홀로 진실하신 하느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홀로 선하시고(루카 18,19 참조) 홀로 자비로우시고 홀로 양순하시고 홀로 부드러우시며 홀로 감미로우신 하느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정의로우시고

 

홀로 진실하시며 홀로 올바르신 하느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홀로 인자하시고 홀로 무죄하시고 홀로 순수하신 하느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하늘에서 함께 기뻐하고 회개하는 모든 이들과 의로운 모든 이들과 복된 모든 이들의 모든 용서와 모든 은총과 모든 영광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있고 그분을 통하여 있으며 그분 안에 있는(로마 11,36 참조) 하느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우리는 원하지도 말고 바라지도 말며, 다른 아무것도 마음에 들어 하지도 즐거워하지도 맙시다.” (「1221년 수도 규칙」 23장)

앞서 언급했듯이, 프란치스코는 1219년 말부터 1220년 초까지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었던 이집트의 다미에타를 방문하는 동안 하느님의 초월성, 즉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이 단순히 그리스도교의 하느님만이 아니라 종교와 문화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의 하느님일 뿐 아니라, 온 우주의 하느님이심을 더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가 체험한 이런 하느님의 초월성은 인간의 힘을 무한히 초월하는 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모든 선의 원천이요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 특히 당신의 모상과 유사함으로 창조하신 우리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관점에서의 초월성이다. 말하자면 하느님의 초월성은 우리 모두의 선과 사랑을 무한히 초월하는 사랑과 선이며, 우리의 선과 사랑이 모두 그분에게서 나오는 것이며, 그렇기에 그분의 초월성은 묘하게도 초월과는 정반대의 의미인 내재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칸 신학자요 철학자인 요한 둔스 스코투스는 프란치스코의 이런 초월적 의미와 내재적 의미가 동시에 공존하는 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 특별히 인간 개개인 안에 하느님의 선이 온전히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스코투스의 주장에 의하면 하느님은 모든 존재를 어떤 종(種)이나 류(類), 즉 포유류, 혹은 조류, 인류 등의 무리로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각각의 피조물을 당신의 선으로 각각 온전히 고유하게 창조하셨고, 각 피조물 안에 당신의 온전한 선을 부여해주셨다. 이것이 바로 스코투스가 말하는 ‘개성 원리’(haecceitas: this-ness: 이것-성)이다.

호명환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