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1월 4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dariaofs 2021. 1. 4. 06:34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이어지는 주간 평일 복음에서는 빛으로 오신 구원자 예수님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네."(마태 4,16)

이 말씀 안에는 주님 공현의 의미가 담겨 있지요. 예수님은 갈릴래아로 가셔서 당신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이스라엘 안에서 갈릴래아는 정치, 경제, 종교, 문화의 변두리 지역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온갖 기득권에서 제외된 이들이 사는 고장입니다.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마태 4,23)

예수님은 가르치시고 선포하시며 치유해 주십니다. 삶의 한계와 죄의 짐에 묶여 있던 이들을 해방시켜 하느님께서 창조 때 부여하신 저마다의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하시는 겁니다.

그분에게서 지혜를 얻고 건강을 되돌려 받은 이들의 기쁨을 관상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안심하고 행복해하는지요! 실낱같이 이어오던 구원자 메시아의 희망이 그들 눈앞에서, 자신들에게서 실현됨을 생생히 체험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을 위한 예수님의 헌신적인 행위의 본질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지향으로, 사랑에서 촉발된 행위는 수혜 대상이 하느님의 선을 누리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님을 통해 거침없이 펼쳐지는 중이지요.

제1독서에서 요한 서간의 저자는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드러내 주신 사랑을 살라고 촉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1요한 3,23)

이 세상에 오신 성자께서 공생활 동안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사랑은 그분 가르침과 행위 안에, 곧 그분 생애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바로 그 사랑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24)

예수님께서 주신 계명은 사랑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이는 그분 안에 머물러 그분과의 사랑을 누리는 동시에, 그분께서 하시는 사랑에 참여합니다. 주님께서도 그렇게 사랑에 자신을 던진 이 안에 머물러 당신의 사랑에 그를 참여시키시지요. 사랑함으로써 이미 우리는 주님과 하나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입니다."(1요한 4,6)

사랑하는 이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입니다. 즉 사랑에 속한 이들이지요. 사랑하는 이가 사랑하는 이를 알아봅니다. 사랑에 머물러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은 굳이 소리내어 광고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봅니다. 그들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시기 때문이고, 그들의 실천이 예수님의 헌시적 사랑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그들이 주님과 사랑에 빠진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숨길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는 주님의 영광을 보았네."(영성체송)

예수님의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온 세상을 가득 채운 하느님의 영광을 봅니다. 주님의 영광은 우리의 "봄"을 통해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를 변화시키고 또 그렇게 살라고 촉구하지요. 우리 자신이 사랑이 되라고 재촉합니다.

사랑할 일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우리 사랑이 필요한 일이 세상 곳곳에서 우리를 목말라 하고 있지요. 먼저 주님 안에 머물러 영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주님의 힘으로 사랑한다면, 사랑은 결코 고갈되는 일이 없을 겁니다. 우리 사랑이 자기중심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를 벗어나 순수성을 회복한다면, 사랑이 부르시는 곳을 선명히 감지할 수 있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 속한 사랑하는 벗님! 사랑하는 일에 기꺼이 예수님을 따라나선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가족뿐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와 세상은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답니다.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이 여러분 안에 머무르시니, 작은 사랑의 실천 하나라도 주님의 일이 되고, 이로써 우리는 주님과 하나입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