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를 배불리시는 주님을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마르 6,34)
주님은 우리를 먹이고 싶어하는 분이십니다. 먹는 일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구이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행위지요. 그분은 당신이 사랑하시는 모든 존재가 배불리 먹고 만족을 느끼기를 바라십니다.
예수님은 군중의 굷주림을 대번에 알아차리십니다. 육신의 허기만이 아니라 영혼의 기아 상태까지 한눈에 감지하신 것이지요. "목자"는 푸른 목초지로 안내해 줄 뿐만 아니라, 맹수와 기후와 부상의 위험에서 보호해 줄 존재이니 "목자 없는 양"은 참으로 가련한 처지입니다. 영육이 동시에 결핍되고 배고픈 상태지요.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마르 6,36)
예수님은 합리적 논리로 군중을 해산해 각자도생하게 하려는 제자들에게 오히려 그들이 소유한 것을 물으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랑의 '에이비씨, 기억니은디귿'부터 시작하시려는 겁니다. 먹이는 일이 곧 사랑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드러납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7-8)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분은 당신이 지으신 피조물이 당신 사랑을 흠뻑 마시고, 당신 사랑을 듬뿍 먹어 충만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아드님을 이 세상에 보내셨고, 그 아드님은 당신 몸을 영원한 양식으로 세상에 남기셨습니다.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당신 아드님을 죄 많은 육의 모습으로 보내셨네."(영성체송)
우리가 받아 먹은 최고의 빵이 곧 예수님의 몸입니다. 그분게서 아끼지 않고 내어주신 사랑의 절정이지요.
사랑은 한 영혼 안에 갇혀 있지 못합니다. 하느님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는 영혼은 제 것을 나누는 행위로 사랑을 표현하지요. 제 피와 살을 덜어내어 타인의 밥에 보태고, 제 시간과 힘을 덜어내어 그 밥을 타인의 입에 넣어 줍니다.
사랑하는 이에게는 배고픈 이를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입니다. 굶주리는 처지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고 마음이 찢어지기에, 제발 오늘 "모든 이"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사고, 누구도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하루를 넘기지 않게 해달라고 애타게 기도합니다. 먹이는 것은 사랑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마르 6,42)
제자들이 지닌 적은 양의 음식이 오천 명이 넘는 이들을 배불리는 기적의 마중물이 됩니다. 모두가 배불렀다니, 이 문장을 읽으면서 마냥 흡족한 기쁨이 차오릅니다. 예수님 마음이 지금 딱 이러셨겠지요.
그들은 육신의 배만 채운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도 충만해졌을 겁니다. 척박하고 황량한 광야 한가운데서, 거대한 무리 중의 보잘것없고 이름도 모르는 하나하나의 뱃속 사정까지 살피고 돌보시는 연민의 사랑이 그들의 존재를 어루만져 주었을 테니까요. 그들은 영육으로 충만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삶이 힘들고 절박한 이에게 먹는 일은 놀이나 장식이 아니라, 죽음의 경계 바깥쪽을 힘껏 딛고 버티는 생존의 극점입니다. 그래서 영육의 허기를 체험한 이에게 음식은 생명이고 사랑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형편이 어려워지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마음과 영혼의 양식도 각박하게 비어가고 있지요. 오늘 이 땅이 주님께서 영육의 양식으로 모두를 배불리시는 기적의 현장이 되길 기원합니다. 우리의 작은 나눔과 희생, 기도와 헌신이 사랑의 탯줄로 서로 연결된, 이 세상 모든 형제자매들의 배를 채워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물으시는 주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늘을 우러른 예수님의 찬미 기도에 동참하는 벗님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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